정치권은 이른바 ‘가짜 뉴스’와 전쟁으로 정신없다. 조기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이 전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각 후보들에 대한 흠집내기성 소식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급속도로 전파된다. 거의 근거없는 내용들이다. 캠프 차원의 가짜뉴스 신고센터는 기본을 둔 상태다. 왜곡할 수 없는 동영상 위주로 후보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도도 이뤄진다.

16일 축구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한 사이트의 게시판에 '보수단체 카톡(카카오톡)에 돌고 있는 문재인 예비내각 명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내란 선동으로 징역 9년이 확정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이름을 교육부 장관직에 올려놓은 명단이 첨부돼 있었다. 고영태씨도 명단에 있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황당한 가짜뉴스였다.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가짜 뉴스’가 가장 많다. 예비내각은 문재인 관련 ‘가짜 뉴스’의 단골 메뉴다. 지난달에는 캠프 관계자들이 대거 포함된 내각 명단이 SNS를 타고 퍼졌다. '문재인 금괴왕설' '빨갱이설', '치매설'까지 ‘가짜 뉴스’가 확대 재생산된다.

같은당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안 지사는 '이명박 아바타설', '이광재의 여시재 싱크탱크설'에 시달렸다. 이 시장에 대해서는 '북한 국적설'이라는 황당한 가짜뉴스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의 경우 안 지사에 앞서 '이명박 아바타설'에 꾸준히 시달려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관련 '이상득 전 의원과 사돈설'도 있었다.

가짜뉴스를 단순 '지라시'로 취급하기에는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아 위험성이 더하다.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가진 상황에서 SNS의 ‘가짜 뉴스’를 '작은 불씨'로 무시했다가는 '큰 불'로 번질 수 있다. SNS의 가장 큰 위력이 확산성이기 때문이다.

'반기문 케이스'도 있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낙마한 이유 중 하나로 가짜뉴스가 꼽힌다. 반 전 총장은 '퇴주잔 논란' 및 '광주 충무공 탄생' 등의 가짜뉴스에 시달렸다. 부친 묘소에서 첫 술잔을 산소 주변에 뿌린 뒤 두 번째 잔을 마셨지만, SNS에는 반 전 총장이 퇴주잔을 '원샷'하는 장면만 편집돼 퍼졌다. 광주에서는 "충렬공(고경명 장군)이 탄생한 곳"이라고 했으나, '충렬공'을 '충무공(이순신 장군)'으로 바꾼 가짜뉴스가 유포돼 반 전 총장에게 타격을 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후보들의 캠프는 가짜뉴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측은 가짜뉴스대책단을 구성하고, SNS에서 유포되는 ‘가짜뉴스’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안 지사측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안 지사에 대한 음해성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게끔 했다. 접수된 신고는 캠프 내 법률지원단이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SNS 전략을 활용한 대응도 이뤄진다. 문 전 대표의 캠프인 더문캠은 '가짜뉴스 대응 기조'를 '참여형 캠페인', '언론보다 빠른 게시물' 등과 함께 주요 SNS 전략으로 삼고 있다. 더문캠 관계자는 "SNS를 통해 가짜뉴스가 워낙 많이 퍼지니까 최대한 신속하고 친절하게 '그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 캠프는 아예 동영상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텍스트의 교묘한 편집과 왜곡을 피하고, 이 시장의 활동과 메시지를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후보가 근거없는 많은 비방과 가짜뉴스에 시달려서 내부적으로도 답답해한다"며 "차라리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지지자들도 동영상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