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대통령, 전두환 골목성명 참고했나…'대독'으로 재연

[the300]"진실 반드시 밝혀질 것" 불복 뉘앙스? 95년 全 전대통령과 비슷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7.03.12 21:15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청와대를 떠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기 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3.12/뉴스1
 
#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2017년 3월12일 오후 7시45분. 청와대를 떠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짧은 입장을 내놨다. 취재진 앞에 선 이는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아니라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전직 대통령의 골목성명이되, 대독을 통한 간접적 전달을 택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퇴거 일시뿐 아니라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이 집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고 있던 친박계 의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옅은 미소와 함께 악수를 나눴다. 그리곤 이내 사저로 들어갔다. 별도 성명 없이 '침묵'을 이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민 의원이 취재진 앞에 서 '대독성명'을 읽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죄송하다",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간다"면서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덧붙였다. 현재 받고있는 의혹이 진실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읽을 수 있다. 파장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저는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1995년 12월 2일 오전 9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사저 골목에 섰다. 김영삼(YS)정부의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해 11월, 김영삼 대통령은 5·18 특별법을 제정을 전격 선언했다. 5·17 쿠데타의 장본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까지 특별법에 따른 사법처리 대상으로 지목했다. 

전 전 대통령은 강력 반발했다. 이후 '골목성명'은 '전두환'의 연관검색어가 될 정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불복'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도 박 전 대통령의 대독성명과 묘하게 겹친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도 별 수 없었다. 그는 골목성명 후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향했다. 검찰은 군형법상 반란수괴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발부했다. 결국 '골목성명' 다음날인 12월3일 새벽, 거처로 들이닥친 검경 앞에 전 전 대통령이 나섰다. 구속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2016년 10월22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 최규하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원주 문화원 제공) 2016.10.22/뉴스1
# "첫째는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직을 사임할 것이며, 둘째는 지난 번 정·부통령 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고 하니 선거를 다시 하도록 지시하였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대통령으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이후 일주일, 4월 26일 이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물러나겠다며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성난 여론을 견디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한달여 뒤인 5월29일 하와이로 망명했다.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그의 육성에 따르면 하야 성명은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해방 후 본국에 들어와서 우리 여러 애국애족하는 동포들과 더불어 잘 지내왔으니 이제는 세상을 떠나도 한이 없으나, 나는 무엇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것만 알면 민의를 따라서 하고자 하는 것이며 또 그렇게 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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