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요? 광장이 전장될까 무서워요"

[the300][팬덤기획2부-정치팬덤의 시대]③이재명 팬클럽 손가혁 동행취재 재구성

해당 기사는 2017-03-03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 더(the)300 기자가 정치팬덤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날, 호흡을 같이 했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갔고 팬덤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손가혁(손가락혁명군‧이재명 팬클럽)의 변해요씨, 황대만(황교안대통령만들기‧황교안 팬클럽)의 안정감씨의 하루를 종합해 재구성했다.
손가혁(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 회원들이 25일 17차 범국민행동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대대적인 촛불 동원령이 내린 2월 25일 아침. 인터넷 카페의 글부터 확인한다. 황교안 대통령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득하다.(실제 27일 연장 거부) 거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우선 서대문 회사로 출근해 주말 잔업을 마무리한다. 곧바로 인터넷 대전이다. 팬카페에 '좌표'가 찍히고 따라가면 포털 격전지다. ‘문재인-안희정’ 양강 구도가 부각되면서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악플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엔 근거 없는 비방이 가득하다. 팩트 공격이야 숨 한 번 크게 쉬고 넘긴다지만 근거 없는 험담엔 대응해 줘야 한다. 

광화문역을 나서자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분들이 모여든다. 멀리 시청에서 태극기 집회의 ‘소음’이 귀를 자극한다. '저들은 저들이고 우린 우리지'하며 발걸음을 돌리는데 고성이 들린다. 사거리에서 경찰들에게 "왜 시위대의 무단횡단을 단속하지 않느냐"는 한 어르신의 목소리다. 왼손에 태극기를 말아 쥐신 어르신 앞에서 경찰들이 진땀을 흘린다. 그때 다른 어르신이 마주 소리치며 나선다. "태극기면 저쪽으로 가지 여기서 왜 이러냐".

이를 어쩌나 하는 찰나,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진다. 원색적인 욕설을 들은 우리쪽 어르신이 손에 쥔 종이피켓으로 태극기 어르신을 내려쳤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재빨리 뜯어말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이 되든 안 되든 시위가 격화될 수 있다. 광장은 전장이 될지 모른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25일 촛불집회를 앞두고 광화문사거리에서 태극기 집회 참가자와 촛불집회 참가자 간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위쪽 태극기측 참가자를 경찰이, 아래쪽 촛불 측 참가자를 집회 참가자들이 다독이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광장 입구에 '문팬'(문재인팬클럽)의 깃발이 펄럭인다. 항상 광장의 입구를 지키는 문팬. 팬클럽 지도부가 참가자들을 챙기며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다. 온라인에선 때로 대립도 하지만 결국 우린 같은 길을 가는 ‘동지’다. 경선 이후 쪼개진다는 설은 보수의 공작이자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문팬이 횃불을 테이블에 묻어놓고 촛불에 불꽃을 나눠준다. 다른 깃발을 들었다 해도 결국은 한 불씨에서 나온 불꽃들이다. 

오후 5시가 지나자 이재명 시장이 등장한다. 주변은 그야말로 난리다. 이 시장은 "9부 능선에 왔다"며 말문을 연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민으로부터 월급받는 머슴인데 그 머슴들이 주인의 말을 안 듣는다. 정치인 믿지 말고 국민이 정치하라"고 한다. 역시 이재명표 '사이다'다. 저런 매력 때문에 이재명으로부터 헤어날 수가 없는 거다. 

'손가혁' 깃발을 찾아가니 벌써 흥겹다. 손피켓을 든 회원, 긴 수건을 든 회원들이 스크린 앞에 넓게 자리를 잡았다. 온라인 화력으로 인정받는 손가혁.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참 정겨운 사람들이다. 더불어민주당 깃발을 든 참가자들이 주변을 메우고 이내 집회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다. 중앙 무대에서 가수 이은미씨가 소개된다. 오늘은 초대가수가 아닌 모금요원이다. 옆에 앉은 동료가 "노래도 한 곡 해 달라"고 소리친다. 한 주가 멀다고 열리는 초대형 집회. 우린 모이면 그만이지만 이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분들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거다. 바구니를 든 자원봉사자들이 지날 때 만원짜리 한 장을 넣는다. 

"손가혁의 가장 큰 라이벌이면서 또 가장 든든한 동지." 25일 촛불집회에서 만난 손가혁 회원은 문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사진=우경희 기자

해가 지고 촛불이 타오른다. 엉덩이가 시리지만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없다. 나눠 앉은 대열 사이로 촛불들이 끊임없이 광장으로 들어선다. 대형 스크린과 스크린 사이 빈 공간이 촛불의 행렬로 가득 들어차고 본 집회가 시작된다. 사회자의 지휘에 따라 소등했던 촛불들이 빨간 종이를 두르고 다시 켜진다.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행정부에 우리가 보내는 레드카드다. 촛불이 소등되자 정부청사에 레이저를 쏜다. 황교안 탄핵 글자가 어지럽게 새겨진다. 황 대행의 출마라니 보수진영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황 대행이 나와 주면 오히려 고맙다. 우리 쪽은 누가 나가도 이긴다.  

촛불 파도타기의 장관을 뒤로하고 행진에 나선다. 여러 갈래로 흩어져 서울을 훑는다. 우린 인사동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보수진영 주장을 그대로 전하는 한 지상파 방송사 중계차 지붕에서 뉴스 생중계가 한창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센 야유를 보낸다. 아직 앳된 얼굴의 기자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떨군다. 선배로 보이는 카메라기자가 다가가서 어깨를 두들기며 다독인다. 기자도 참 못할 짓이다.

광화문 근처 식당에서 조촐하게 뒷풀이를 하며 언 몸을 녹인다. 당장 당내경선을 눈앞에 두고 어떻게 이길까 걱정들이 앞서지만 한 잔 술에 털어버린다. 어차피 우린 인간 이재명이 좋아 모인 사람들 아닌가. 이재명의 가치만 지키면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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