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과는 달랐던 64일 황교안 치세

[the300][대선주자 사용설명서-황교안]①쪽방에 전방부대에 이틀에 한번 꼴 현장방문...'대행' 딱지 무색한 외교·안보 행보

해당 기사는 2017-02-10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게 지난해 12월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날이기도 하다. 10일로 64일째다. 권한대행 선배격인 고건 전 총리의 대행 근무기간이 64일이었다. 고 전 총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부터 탄핵이 기각된 같은해 5월 14일까지 대행을 맡았다.


두 달의 기간, 두 사람의 행보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7일까지 총 36회의 회의를 주재했다. 총리실 간부회의는 제외한 숫자인데 이틀 걸러 한 번 꼴이다. 국무회의, AI(조류인플루엔자)대응 일일점검회의, 테러대책회의에다 각 사안마다 열리는 관계부처 장관회의까지 모두 주재했다.


고 전 총리가 국무회의와 관계장관회의만 챙긴 것과 비교된다. 한미 네트워크를 비롯한 외빈접견 일정도 황 권한대행이 확연히 많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전화통화한 것을 포함해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의 예방 등 총 9건의 외교일정을 소화했다. 고 전 총리의 권한대행 시절에는 뚜렷한 외교행보가 기록돼 있지 않다.


황 권한대행은 안보 행보도 잦았다. 합참본부와 전방부대를 방문하고 파병장병에게 격려전화도 했다. 국회도 자주 찾았다. 대정부질문에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해 국정 협력을 당부하는 등 적극적 행동을 취했다. 고 전 총리땐 시정연설을 놓고 갈등을 빚는 등 국회와의 인연이 깊지 않았다. 언론 대응도 두 사람간 차이가 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통을 지적받았던 상황에서 황 권한대행은 탄핵가결 이후인 지난해 12월 27, 29일 두 차례에 걸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고 전 총리는 권한대행 기간 공식 기자회견을 갖지 않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중구 남대문지역 쪽방촌 주민들에게 떡국을 나눠주고 있다. (총리실 제공) 2017.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극명한 차이는 현장행보에서 드러난다. 황 권한대행은 60여일의 권한대행 기간 총 31번의 현장행보를 했다. 이틀에 한 번 꼴이다. 전통시장과 쪽방촌, 수출현장, 6.25전사자 유해봉안 현장과 구세군 자선냄비 기부행사, 수출현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고 전 총리는 탄핵가결 3일차에 폭설현장을 방문한 것 외에는 알려진 현장행보가 없다. 그나마도 국정운영이 건재함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부분에서도 황 권한대행의 두 달은 고 전 총리와 사뭇 다르다. 인사권 행사에 있어 고 전 총리는 “강금실 법무장관을 인사하려 생각했지만 속으로만 생각하는데 그쳤다”고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구속된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해 경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동문인 경기고 출신은 인사에서 전원 반려하는 등 나름의 인사원칙도 드러냈다. 한 산하기관장 임명 과정에서는 본인을 제외한 가족 전원이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1순위 후보자를 반려하기도 했다.


황 권한대행과 고 전 총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어쩌면 대권도전 행보에서 나타날지도 모른다. 고 전 총리는 회고록에 “탄핵 당시 ‘탄핵이 인용되면 출마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내가 누구에게 나라를 맡기고 입후보를 하느냐’며 강하게 부정했다”고 썼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출마여부를 묻는 언론의 거듭된 질문에 '미소'로 화답할 뿐 가부간의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나중에 (입장을 밝힐)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극적인 입장표명이다. 지지율 상승세, 여권의 구애 등. 2007년 고 전 총리와 2017년 황 권한대행의 환경은 비슷하다. 10년전 고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적극 고민하다 접었다. 황 권한대행은 어떤 선택을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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