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대선주자 사용설명서-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the300]종합

보수의 갈림길…'유승민식 보수' 증명할까


유승민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국회 본회의장을 내려왔던 2015년 4월. 한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유승민의 이 연설이 앞으로 새누리당의 바이블(성경)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야당도 찬사를 보낸 이날 연설은 ‘자랑스런 보수’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보수의 새 지평을 열겠다"던 유승민의 연설은 '새누리당의 바이블'이 되지 못했다. 유승민은 새누리당을 나와야 했고 보수 대통령과 보수 정당은 실패했다. 유승민이 없는 새누리당은 오른쪽 끝으로 가는 듯 하다.


유승민은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만들었다. 그 스스로 ‘보수’를 다시 내걸고 대선 주자로 나섰다. 보수 진영에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한 구도인데도 보수를 앞세운다. 일각에선 그가 지역적 한계(대구‧경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중도 개혁 성향의 경제정책 등에도 불구, 보수의 깃발을 부여잡는 유승민의 모습에 대한 평이다. 유력 후보가 없는 보수 진영의 현실, 단단한 보수 지지층 기반 등 정치적 셈법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유승민은 왜곡된 보수를 바로잡는 것, 한국 보수주의를 정립하는 것을 사명처럼 받아들인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면서부터 한결같이 얘기해온 것도 그렇다.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 유승민이 꿈꾸는 보수다.


보수에 대한 그의 집착은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를 떠올린다. 버크는 우리에겐 보수주의자의 대명사지만 당시 보수적 성향의 토리당이 아닌 진보적 성향의 휘그당원이었다. 그는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 반동적 보수를 혐오하고 대신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의 기조를 확립했다. 바른정당이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선언하며 '깨끗하고 따뜻한 보수', 일명 '깨따 보수'를 내세운 것과 같이 말이다. 


유승민은 새누리당에서는 다 펼쳐보지 못했던 '보수의 새 지평', '자랑스런 보수'의 가능성을 확신으로 보여줘야 할 책임을 짊어졌다. 대선은 본격적인 시험대다. 우선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책임 세력을 제외한 보수 세력들을 규합하고 보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유승민식 보수'의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보수의 대표선수 싸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앞서있다. 대선을 앞두고 코너에 몰린 기존 보수 진영에는 오히려 우경화 바람이 거세다. 유승민도 ‘우클릭’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선거 전략 상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전시회 논란과 관련한 캠프 내부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새누리당이 보수층을 의식해 연일 표 의원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리자 유승민 캠프 내에서도 이에 동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유승민에게 쉽게 돌아서지 않는 보수층에게 어필해보자는 의미에서다. 지지율 1%가 아쉬운 터라 모든 참모들이 이를 주장했다. 하지만 유승민 혼자 반대했다. 보수 진영이 갈림길에 서 있는 2017년, 유승민이 꿈꾸던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



"정치생명 걸고 헌법 1조 1항 지키고 싶었다"…소신보수의 아이콘으로

2005년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2015년 7월 국회 정론관.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던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유 의원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부터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으로 이어진 갈등이 파국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유 의원이 받은 정치적 타격은 적잖았다. 원내대표직에서 사실상 쫓겨났고 박 대통령과 친박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미운털은 20대 총선까지 이어져 유 의원과 '유승민계'로 불리던 동료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갈등은 유 의원의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도 이때부터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정책에 과감하게 쓴소리를 내는 집권여당 원내대표에게 주목했다. 당내에서 급격히 입지를 잃어가면서 유 의원의 쓴소리가 계파 이득을 위한 몽니가 아니었다는 점도 증명했다. '소신 있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대 대선 레이스에서도 유 의원은 헌법 가치와 소신, 철학을 강조했다. 대선 출마 선언 장소로 국회 헌정기념관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다. 


이런 스타일은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유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기존 보수의 문제점을 과감히 비판하고 복지를 보수의 의제로 끌고왔다. 그는 이를 '따뜻한 보수'라고 규정했다. 유아휴직 3년 보장법, 칼퇴근 정착법 등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유 의원의 따뜻한 보수 철학의 일환이다.


다만 이때 각인된 '배신의 정치' 이미지는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때부터 전통 보수 세력에게 유 의원은 당을 버리고 자기정치를 하는 인물로 낙인찍혔다. 현재 유 의원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통 보수층에게 여전히 지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최근 새누리당과의 후보 연대까지 강조하면서 전통 보수표 구애 작전에 나섰다. 유 의원은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악재로 어지간해서는 보수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단일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단일화에 대해서는 당내 경쟁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일부 유 의원 지지자들조차 "그럴 거면 왜 탈당했냐"고 지적한다. 소신과 철학으로 대표되는 스타일과 지지율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것은 유 의원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보수' 유승민, 육아휴직·칼퇴근 복지공약 1순위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 2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2017.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지만 유 의원은 복지 정책을 먼저 들고 나왔다. "양극화·불평등·불공정에서 벗어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개혁 의지의 일환이다. 그중에서도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1순위다. '육아휴직법'과 '칼퇴근 정착법'이라는 구체적 정책도 제시했다.

육아휴직법은 민간 기업 근로자들의 육아휴직을 공공부문 근로자들처럼 최장 3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 의원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출산율이 평균 1.4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평균인 1.2명을 웃도는 이유가 육아휴직이 정착돼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간기업에도 육아휴직 사용을 보장해 출산율을 공공부문만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행 만 8세 혹은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제한된 사용 기한도 만 18세 또는 고등학교 3학년까지로 연장하고 사용 횟수도 최대 3회까지 나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자녀가 영아일 때, 유아일 때, 청소년이 됐을 때 등 각각 1년씩 3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육아휴직 수당도 늘린다. 현행 통상임금 40%인 것을 60% 수준으로 확대하고 상한선도 두 배를 인상한 200만원으로 조정한다.

2호 공약인 '칼퇴근 정착법'도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의 연장선이다. 퇴근 후 카카오톡으로 받은 업무지시를 초과근로에 포함시키고, 야근 후에도 최소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 의원은 칼퇴근을 정착시키고 돌발노동을 금지해 아빠와 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사회, 임산과 출산이 여성의 발목을 잡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저출산과 보육 문제는 절대 비현실적인 포퓰리즘이 아니다"며 "드라이브를 걸어 단기간에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대기업·금융기관 등 여력이 있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해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덧붙였다.

성장정책으로는 스타트업 기업 지원 공약을 들고 나왔다. 유 의원은 창업자가 한 번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혁신안전망을 구축하고, 투자가 확대될 수 있는 투자 중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대한민국을 창업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며 "고시촌을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유 의원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공약은 아직 많지는 않다. 이같은 지적에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이 무수히 많다"고 답했다. 그는 "경제정의·노인대책·교육·연금·자영업자·청년 정책 등을 준비 중"이라며 "꼼꼼히 준비해 차근차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이해관계 아닌 유승민을 롤모델로


유승민캠프는 19대 국회와 20대 총선, 바른정당 창당을 거치면서 형성된 '유승민계'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보수 결집 상징성을 위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있어 캠프 인적 구성은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유승민을 롤모델로 = '유승민계'의 특징은 비교적 젊은 초재선 의원 그룹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묶인 다른 정치계파와 달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롤모델’로 생각하며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는 경향이 크다. '국회법 파동', ‘공천 파동’ 등을 지켜보며 ‘유승민 노선’을 자연스럽게 지지하게 된 자발적 그룹인 셈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자리에 연연하는 현실 정치보다는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상주의적 성향이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 여권 인사는 "유승민 주변 인사들을 보면 다른 사람한테 머리 숙이고 자리 구걸하면서 정치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면서 "자리가 아닌 가치와 이상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동질성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다보니 다른 인사들에게는 배타적 이질감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히게 되는 이들은 '속물' 취급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 이 때문에 유 의원과 이들 유승민계로부터 감정적인 상처를 받는 동료 의원들도 적지 않다. 유 의원이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에 비해 '형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적 마누라' 조해진 = 친박(친박근혜)계 출신으로 여겨지는 유 의원은 보수 진영의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선거캠프의 좌장을 친이계 인사인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맡겼다. 캠프 대변인 역시 이명박정부 출신인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을 임명했다. 유승민캠프의 외연확장은 조해진 전 의원의 숨은 노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의원은 현재 캠프에서 드러나는 역할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유 의원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캠프에 합류할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 전 의원을 가리켜 "정치적 마누라"라는 표현으로 신뢰를 나타낸 바 있다. 유 의원 측은 최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반기문 전 사무총장 캠프 측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을 영입할 계획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보수 세력이 최대한 결집하도록 유 의원이 이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반기문캠프 인사들을 우선적으로 영입해서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의 보수결집, 우면(右眄)하지 않고 중고(中顧)할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는 '대중정치인'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는다.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고 대중적 지지기반도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약하다. 나날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지자 모임 행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후보 개인 경쟁력을 자신하더라도 국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 행보를 결정할 때 국민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에 대한 가늠자이기도 하다.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직 사퇴 당시 대통령 권력에 맞서는 모습으로 대중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파동을 겪으면서는 탈당을 감행,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새누리당 탈당 행보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많다. 그의 무소속 당선과 여소야대 국면 등 국민들이 정치개혁에 힘을 실어준 상황에서 보다 과감한 행보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유 의원이 자신의 원칙에서 국민의 뜻에 귀기울이는 큰 정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전략의 전체적인 구도를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 유 의원 측은 보수 결집을 통해 보수진영의 유일한 후보인 유 의원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첫째, 기존의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한지가 물음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낙마했음에도 보수와 중도층이 쉽사리 유 의원에게 흡수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일부 흡수되고 있다. 이미 기존 보수층의 상당수는 야권 후보 중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야권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 남은 보수층의 우경화 문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부상이 이를 보여준다. 이번 대선 뿐 아니라 향후 보수 진영이 우경화로 치달으며 생존하는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유 의원이 보수 결집의 전략을 고수한다면 언젠가는 우클릭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과 충돌하는 자충수로 돌아오게 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을 흡수하거나 하위파트너로 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성사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훨씬 더 가중될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우면(右眄)하지 않고 중고(中顧)하는 수밖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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