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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반발한 일본정부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 총영사를 일본으로 소환시키며 양국간의 외교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25일 서울 서머셋팰리스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개막과 한반도 정세' 프레스포럼에서 "다음 정부에서 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가능하나, 그것을 상대방이 인정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하면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지원과 조치는 한국 정부의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소장은 "합의 파기시 파장과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에 정부가 바뀌더라도 현재 일본 정부가 하고 있지 않은 후속조치, 편지전달 등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도울 수 있는 감성적 조치를 하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진 소장은 최근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과 관련해 아베 일본 정부가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고 한일 고위급 경제협력회의를 연기하고, 주한일본대사를 일시귀국시키는 강경조치를 취한 데 대한 일본 내 반대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 소장은 "스와프는 당장은 영향을 미치지 못해도 시장에 시그널을 주기 때문에 파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데, 일본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까지 깨뜨렸다"며 "그만큼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조치를 계속 취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현재 외교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부산의 시민단체나 지자체와 협의하는 모습, 퍼포먼스를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에서도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노력했으나 국내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아베로서도 국내 우파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아가며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고, 그로 인해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이 가능했다고 정당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파기되면 도움될 게 없다"며 "차기 정부도 위안부 문제를 정면돌파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안부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정책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진 소장은 아울러 일본을 상대로 2·28 위안부 합의 이상의 합의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위안부 합의를) 더 추구해도 지금 정부가 했던 선에서 끝날 것이다. 더 이상 현실 가능성이 없다"며 "일본 정부 예산을 출연했기 때문에 국제적 기준에서는 법적 책임을 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대부분 그렇게 동의한다. 일본도 퍼포먼스로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합의정신을 강조하며 일본이 머리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면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역시 "차기 정부에서 위안부 합의를 깨면 국제사회에서는 100% 한국이 합의를 깬 것이 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프레임이 그렇게 된다"며 "정부는 부산지역 NGO와 시민단체를 더욱 착실히 만나고, 외교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방향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소장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가 본국에서 귀국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독도 소녀상 문제가 없었다면 15일쯤 보냈을 텐데 독도 소녀상 문제가 터지며 아베가 격노해 보류한 것"이라며 "2월22일이 다케시마의 날이라 이 시기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일본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2월 말에 하고자 하는데 대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일본도 한 달을 고비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데, 한국 정부가 노력하는 제스처를 보이면 귀국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 소장은 아울러 과거 오바마 정부와 달리 트럼프 정부는 한일 역사문제에 대한 중재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 소장은 "오바마 정부는 '한미일' 결속을 위해 한일 역사갈등을 중재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한일 역사문제를 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은 보고 있다"며 "앞으로 한일관계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