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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대통령 모델, 아이크냐? 닉슨이냐?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닉슨, 대선 땐 '통합' 강조하며 '중도' 포장…집권 후엔 베트남전 확전하며 '본색'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국민영웅'이 금의환향했다. 그가 이룬 성취와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에 국민들은 열광했다. 본인은 입도 안 뗐는데 국민들이 알아서 그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려놨다. 여야 모두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중립지대를 지키겠다며 여야 정당들의 애를 태운다.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얘기다. '아이크'(Ike)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그는 연합군 사령관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었다. 1952년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 민간인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아이크를 좋아해!'(I like Ike!)라고 적힌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렸다. 어떤 대선주자도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현직 대통령이었던 해리 트루먼조차 아이젠하워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제안하며 자신은 부통령 후보가 되겠다고 했을 정도다. 아이젠하워는 공화당·민주당 양쪽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제의 받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선택을 미뤘다. 결국 막판에 공화당 경선에 뛰어들어 경선과 본선에서 차례로 승리하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아이젠하워 모델'을 대선 전략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대'에서 중도세력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린 뒤 결정적인 순간에 정당을 선택해 고정적 지지기반까지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전략으로 집권에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2017년 반 전 총장과 1952년 아이젠하워에겐 분명한 차이들이 있다는 점에서다. 

차이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 종전'이라는 분명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은 적이 없다. 단지 '통합'을 강조할 뿐이다. 둘째, 아이젠하워는 천하무적의 대권후보였다. 반면 반 전 총장에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강력한 적수가 있다. 이미 문 전 대표로의 '밴드왜건'(표심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셋째, 아이젠하워는 군인이었다. 정치적 자질의 부족이 오히려 매력이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평생 외교관으로 살았고 '세계 대통령'인 유엔 사무총장까지 지냈다.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현실 정치에서 혹독한 검증이 예상되는 이유다.

사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며 보인 모습은 아이젠하워보다 차라리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에 더 가깝다. 1968년 대선 당시 닉슨은 어떤 현안에 대해서도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뿐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입장을 물어도 두루뭉술한 말로 피해갔다. 투철한 '반공투사'였던 닉슨이지만 대선에선 자신을 '중도주의자'로 포장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성공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통합'을 이룰 방법은 내놓지 않았다. 귀국 비행기 안에선 기자들에게 "난 진보적인 보수주의자"라고 했다. 스스로를 '중도'에 포지셔닝 하겠다는 의미다.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무상복지, 일반해고, 증세 등의 문제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문제는 집권 이후다. 닉슨은 대통령이 된 뒤 본색을 드러냈다. 반전 여론에 귀를 닫은 채 베트남전 확전에 나섰다. 닉슨이 '트릭키 딕'(교활한 딕)으로 낙인 찍힌 계기다.(딕은 리처드의 별칭이다.) 신뢰를 잃은 닉슨은 2번째 임기 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소추를 당한 뒤 스스로 물러났다.

국민들은 자신이 찍을 대통령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또 다시 솔직하지 못한 대통령을 두는 위험을 감수하라고 국민들에게 강요할 순 없다. 그러기에 우리 국민들은 너무 지쳤다. 반 전 총장이 보다 분명하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야 하는 이유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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