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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모습./ 사진=뉴스1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가 아닌 '단순수뢰'(직접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와일드카드'로 검토하면서 입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수뢰 혐의가 인정되려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물질적 가족'(경제적 공동체) 관계임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가족 외엔 '경제적 공동체' 논리로 단순수뢰 혐의가 인정된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 변수다.
◇'부정청탁' 입증 안 되면 '제3자 뇌물' 대신 '직접수뢰' 혐의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박 대통령을 상대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경우 단순수뢰 혐의를 적용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 명목 아래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아낸 자금에 대해서다. 삼성전자는 2015년 8월 정씨 등 승마 선수 지원을 위해 최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와 약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특검은 그동안 박 대통령에 대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형법 제130조에 따르면 제3자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성립한다. 제3자 뇌물수수죄는 단순수뢰죄와 달리 특정한 부정청탁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증명돼야 한다.
문제는 부정청탁의 존재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부정청탁의 결과로 의심하고 있지만, 삼성 측이 부인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검이 단순수뢰 혐의 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다. 단순수뢰죄는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만 인정되면 구체적인 부정청탁이 없더라도 성립된다.
◇"경제적 공동체? 부부 간에 인정 안 되기도"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단순수뢰죄를 적용하려면 또 다른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같은 '지갑'을 쓰는 경제적 공동체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검은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최씨의 부친 최태민씨가 약 40년 전 부를 축적한 과정부터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씨 일가가 장기간 박 대통령에게 생활비 등 경제적 지원을 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한편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특검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가족을 제외하곤 제3자가 받은 뇌물에 대해 경제적 공동체라는 논리로 단순수뢰죄를 인정한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1998년 대법원은 구청장이 제3자에게 뇌물을 건네도록 한 사건에 대해 단순수뢰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대리인 △생활비 부담 △채권·채무 관계 등을 제시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경제적 공동체 관계는 심지어 통장을 따로 쓰는 부부 간에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입증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신민영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 부정청탁의 존재를 증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경제적 공동체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더 어렵다"며 "단순수뢰 혐의보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혐의를 입증하기엔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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