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정원 통해 대법원장 사찰 의혹…언론, 문화계도 대상

[the300]조한규 폭로, '등산' 같은 사생활 보고…광범위 사찰 '의혹 증폭'

지영호 정영일 배소진 고석용 기자 | 입력 : 2016.12.15 19:31

2014년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후 해임당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5일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사찰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하면서 박근혜정부의 사찰 의혹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조 전 사장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을 토대로 국회의원들이 질의과정에서 공개한 내용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국정원이나 경찰을 통해 대법원장의 사생활을 보고받았다.

사찰 내용은 양 대법원장이 일과 중인 금요일 오후 직원들과 등산을 한다는 것과 관련해 당혹스러워 한다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해명과 분위기, 법조계 반응 등도 담겼다.

조 전 사장은 "중대한 비위사실도 아니고 등산같은 일과를 낱낱이 보고한 내용"이라면서 청와대가 일상적으로 보고받아야 할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은 취재 내용에 대한 동향도 담겼다. 문화일보가 등산과 관련해 양 대법원장의 비판보도를 준비한 것과 이전에 내일신문이 유사보도를 추진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사설정보지에서나 등장하는 내용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의미다.

최성준 전 춘천지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동향도 보고됐다. 관용차 사적 이용과 대법관후보 추천 전 언론 지원 요청, 탈락 후 동향 등이 적시됐다.

특히 최 위원장이 이외수 작가와 친분을 구축해 놓고 법조계 인사의 환심사기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인사 등 광범위한 사찰이 있었다는 의혹이 커진다.

박근혜정부의 사찰 의혹은 임기 초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대통령 풍자 그림'을 그린 홍성담 화백을 비롯한 문화·예술인이 주로 타깃이 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 사이버 검열과 카카오톡 메시지 사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공개된 문서를 보면 박근혜정부가 사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면서 "국정원이 손발이 되지 않고서는 이렇게 만들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자신이 이명박정부 당시 사찰의 피해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친박계 이성헌 전 의원은 2010년 정보기관이 박 전 대표의 식사자리까지 사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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