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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중규직방지법

[the300]종합

무늬만 '정규직'…승진·복지 등은 여전히 '非'


현재 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A씨는 무기계약직 신분이다.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해 2년 간 비정규직으로 일한 후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밖에서 보기엔 어엿한 정규직. 하지만 A씨는 요즘 '내가 이러려고 무기계약직이 됐나'하는 자괴감이 든다. 

하는 일은 공채로 입사한 주위 동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임금은 그들의 60%정도다. 비정규직으로 일할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승진과 수당은 물론이고 사내 복지도 제한돼 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만 소폭 줄었을 뿐 처우는 비정규직 당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신분은 정규직에 준하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 이른바 '중규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비정규직도 아닌, 그렇다고 정규직의 처우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확대 및 예산 절감이라는 성과의 그늘에서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근거 규정은 법에서 찾아볼 수 없어 처우에 대한 관리는 사실상 '무풍지대'다. 실제론 존재하지만 법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 사각지대 개선위해 이용득 의원 '중규직 방지법' 발의=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서는 무기계약직의 처우를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하게 보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이른바 '중규직 방지법'이 그것.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에 대한 처우 차별 금지 조항을 '중규직'이라고 불리는 '무기계약직'도 누릴 수 있게 문구를 보완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성(性)별, 국적, 신앙 등에 대한 차별 금지만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여기에 '사회적 신분에는 사업장 내에서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조건을 포함한다'는 문구를 추가해 계약형태로 인한 차별도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이용득 의원의 설명이다. 

◇당위적 내용부터 차근차근…추가 법개정 필요= 일각에서는 무기계약직이 사실상 비정규직의 처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근로 조건을 규정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기간제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중규직'은 물론이고 '무기계약직'이라는 말 자체도 법적 용어가 아니다(비정규직·정규직도 법적으로는 단시간근로자·통상근로자). 공공과 민간부문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실태파악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의 보호를 위해선 기본이 되는 법안부터 차근차근 개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법안을 발의한 이용득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로 19대 국회에서 같은당 홍익표 의원 등이 사실상 비정규직 대우를 받고 있는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을 위해 차별 금지 조항을 담은 '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라는 원론적 이유로 논의를 접어야 했고 이것이 20대 국회 법안 발의 과정에서 학습효과가 됐다. 

이용득 의원은 "이번에 '중규직' 방지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담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은 개괄적이고 당위적인 내용만 법에 넣었다"며 "구체적인 무기계약직 차별 금지 규정 등은 추가로 시행령이나 또 다른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규직 방지,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처우'가 키?


이른바 '중규직' 보호를 목적으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법안 제6조의 균등처우규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MBC 무기계약직 근로자 강모씨가 2014년 회사 측이 무기계약직을 상대로 차별적 처우를 하고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강씨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강씨 등은 계약직 근로자로 입사해 업무직(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이 됐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에서 일반직 근로자들과 달리 부서장이 되거나 직급 승진도 하지 못했다. 또 일반직 근로자들과 보수규정도 다르게 적용받으며 주택수당이나 가족수당, 식대 등도 지급받지 못했다. 
 
강씨 등은 이같은 보수규정과 근로계약이 근기법 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에는 성(性)과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둘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씨 등은 일반직 근로자와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업무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들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회사측은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만큼 무기계약직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일반직 근로자와 비교해 업무 난이도와 권한, 기여도 등에서 본질적 차이가 있어서 수당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인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직업 뿐 아니라 사업장 내의 직종, 직위도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거나, 근로자 스스로의 의사나 능력으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분류라면 사회적 신분이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일반직 근로자들은 동일한 취업규칙, 인사규정을 적용받고 있는 점 등도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회사 대부분 부서에서 두 근로자 집단 사이에 업무분장이 구분돼지 않는 점 △업무도 상호 순환, 교대, 인수인계를 하고 대체인력으로 서로 투입되기도 한 점 △과거 일반직이 하던 업무를 무기계약직으로 대체한 것으로 업무의 양과 질, 난이도,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적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이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섰다. 이 의원의 개정안에는 6조의 '사회적 신분'에 대해 사업장내에서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해 회피할 수 없는 조건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중규직'이라고 불리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비정규직 규모가 커지면서 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전환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이들이 임금이나 승진, 복지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아오고 있어 '중규직'이라고 불린다.


'바늘 귀 뚫었는데 무시험자도 같은 처우?'…정규직 전환의 딜레마

한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자료사진) 2016.6.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용 사각지대에 놓인 '중규직' 근로자를 구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하 교육공무직법)은 교육현장에서 뜨거운 감자다.

제정안은 학교 내 행정직 등 사실상 무기계약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조례로 운용 중인 교육공무직제도를 체계화하고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라는 목적으로 발의된 이 법은 교육현장에서의 거대한 반대에 부딪혀있다.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기존 교사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핵심이다. 법률안 부칙 4항에 따르면 교사자격증을 보유했으나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교육공무직원을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단기계약 형태인 행정직 근무자를 공무원으로 격상시켜주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반대측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유 의원 블로그에는 이날 기준 1만5000개 이상의 댓글이 집중돼 있다.

반발이 거세자 유 의원 측은 이들을 교사로 채용하는 내용의 부칙 조항 삭제를 적극 검토 중이다. 또 신규채용자에 대해선 별도의 임용절차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은 2012년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폐기된 내용이다. 5년간 소요비용이 4조원에 육박해 예산 확보가 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컸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법안이 교육공무직원의 정규직화 문제이기는 하지만 교직 임용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현역 및 예비교원의 저항과 반발이 크다"며 "교육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규직이 아닌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일면 이해하면서도 중등교원의 경우 교사자격증이 있어도 20%만 임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역 교원이나 예비 교원들의 불평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다고 해서 중규직의 차별을 등한시 할 상황도 아니다. 중규직은 정규직과 달리 승진이나 인사 등의 처우에서 차별을 받으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와는 구분돼 있어 복지지원의 예외 대상이다. 일례로 사립학교 교직원과 국·공립학교 교직원같은 고용 형태의 차이에서 혜택의 차별화가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국회는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국·공립교사에만 적용된 1년간의 무급휴직을 사립학교 교사에도 적용하도록 했다. 또 육아휴직의 경우도 사립교원 자녀가 만 8세 이하면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적용하던 것에서 국·공립교원처럼 어느 한쪽만 충족하더라도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에 대해 무기계약직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엔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교용 안정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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