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78%는 234명, 결과는 1234567…절묘한 탄핵 투표

[the300]오열 속 "박근혜, 공개투표 하지마!" vs 정세균·김무성·추미애 얄궂은 운명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찬성 234인 반대 56인으로 가결 됐다. 국회는 의결서 등본을 헌법재판소 심판민원과에 송달하고, 권 위원장은 정본을 헌재에 접수한다. 이때부터 헌재는 최대 180일 동안 탄핵 결정을 위한 심리에 착수한다. 2016.12.9/뉴스1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탄핵안은 299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2016.12.9/뉴스1

끌려 나가는 사람도, 울부짖는 사람도 없었다. 9일 헌정사 두 번째의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 투표는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와는 사뭇 달랐다.

◇2004년 정동영·유시민·임종석 오열 "박근혜! 공개투표 하지마"

A 의원: "여러분들은 오늘 16대 국회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겁니다!" 
(장내 소란)
박관용 국회의장: 존경하는 정세균 의원, 정세균 의원! 장영달 의원! 존경하는 김근태 의원! 의장으로서 할 얘기는 아닙니다마는, 왜 이런 일을 자초합니까? 자업자득입니다. 자업자득! 
B 의원: "쿠데타야, 쿠데타!"

12년 전인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던 국회 본회의는 아수라장이었다.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보고와 표결은 법이 정한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탄핵 사유부터 부당했다고 본 열린우리당은 격렬히 반대했다. 본회의 개의가 어려울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정세균 현 국회의장은 당시 열린우리당 동료 의원인 김부겸 의원과 의장석을 점거하며 농성했을 정도다.

이에 조순형 민주당 의원이 하려고 했던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은 서면보고로 대체했다. 결국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경호권)을 발동,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끌어내면서 표결을 치러야 했다. 유시민, 임종석, 정동영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박 의장과 한나라당,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눈물도 흘렸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국회의원으로 표결에 참여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표를 접지 않고 감표위원이 볼 수 있도록 투표함에 집어넣었고 이에 주변에선 "감표위원한테 보여 주고 넣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공개투표 하지 마!"라는 외침도 나왔다.

그 와중에도 투표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전 11시25분 시작해 11시51분 끝났다.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명, 반대 2명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2016년 찬성 234명 압도적 가결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로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정세균 국회의장)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는 오후 3시24분 시작해 3시 54분까지 30분 걸렸다. 재적 300명 전원 본회의에 출석, 299명이 투표했다. 100% 출석, 99.7% 투표라는 기록은 가부를 떠나 이 탄핵 표결이 갖는 무게감을 드러냈다. 불참 1명은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다.

여야는 탄핵 찬반에 관계 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투표에 임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은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의 탄핵소추안 제안설명 때 침통한 듯 눈을 감았다.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행동단속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모두 웃음기 없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투표부터 개표까지 일사천리 진행된 결과, 국회는 234명 찬성이라는 압도적 의사로 박 대통령 권한을 정지시켰다. 새누리당 친박계 상당수도 가세한 것이어서 본회의장 내엔 놀라움 섞인 탄식이 터졌다. 국민 여론이 탄핵을 반대했던 2004년과 달리 국민이 압도적으로 탄핵을 지지한 상황에서 민심을 따라간 결과다. 

이는 다양한 분석을 낳았다. 불참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의 숫자를 이으면 '1234567'이 된다. 찬성 234명은 재적 300명의 78%인데 앞서 8일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은 78%였다. 신뢰수준은 95%±3.0%포인트.

한편 12년 전과 처지가 180도 달라진 이들이 있다. 정세균 의장은 노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강력 항의, 박관용 당시 의장에게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12년 뒤인 올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투표를 진행하고 의결서에 결재하는 지위에 올랐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노 대통령 탄핵에 오열하며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해선 줄곧 탄핵을 요구했고 이날도 담담한 표정으로 투표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한나라당 시절 노 대통령 탄핵에 적극 나섰는데 이번엔 당내 비주류를 이끌고 같은 당 출신 박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얄궂은 운명을 겪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노무현·박근혜 두 대통령을 모두 탄핵한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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