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박 대통령은 국정주도권 탈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여당 친박(친 박근혜)계는 탄핵안 부결을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로 간주하고 여권과 여당 비주류를 상대로 즉각 역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박 대통령이 기존 입장대로 '내년 4월 퇴진'이란 새누리당 당론을 수용해 자진사퇴할 공산은 크지 않다. 대신 임기 완주를 노리고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국정에 순차적으로 복귀하며 보수층 재결집을 도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새누리당이 탄핵안 표결에 자유투표로 임하기로 결정한 순간 당론은 이미 깨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이미 퇴진 일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안 됐다"고 답했다. 탄핵안 부결시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거부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만일의 경우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6월 대선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박 대통령과의 공감 아래 나온 입장이기 보다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 비주류의 반대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발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대표도 "박 대통령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지는 않았다"며 "대통령이 받아들일지는 제가 판단을 못 하겠다"고 했다.

야권과 여당 비주류는 탄핵안 부결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된다. 탄핵을 재추진하더라도 탄핵열차의 동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탄핵안 부결시 의원직 총사퇴'란 공약으로 내걸었던 야3당은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약속을 지켜 의원직에서 총사퇴할 경우 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재진입하기 전까지 탄핵안 재발의가 불가능해진다. 헌법상 국회의원의 수는 200명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야3당의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등 총 165석이다. 이들이 모두 사퇴하면 국회 재적의원은 새누리당과 무소속을 합쳐 135명으로 줄어든다. 국회의원 수가 헌법이 정한 국회 성립 기준에 못 미치는 셈이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야권이 약속을 뒤집으면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신뢰를 상실할 뿐 아니라 스스로 '정치적 무능함'을 증명하는 셈이 된다. 청와대와 여당 친박계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다. 물론 야권의 의원직 총사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위원직 사퇴를 위해선 국회의장이 의원 사직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하는데, 야권 출신의 정세균 의장이 이를 밀어붙일 공산은 크지 않다. 여당 비주류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통한 당권 탈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탄핵안 부결로 힘을 확인한 친박계가 오히려 비주류 축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