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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2012년 '밀실 협상' 논란 끝에 무산됐던 GSOMIA 협정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협상 재개 방침을 발표한 지 26일 만에 속전속결로 체결 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GSOMIA는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으로,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아베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는 데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시민사회의 반대가 거셌다.

야당은 GSOMIA의 국회 비준 동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는 이것이 재정부담이나 국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 아니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GSOMIA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협정이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반론이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GSOMIA는 일종의 군사동맹 초기단계로,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 제60조제1항에 따라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제는 이것이 국회 동의를 받을 사안인지 아닌지 1차적인 판단권이 행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판단이 의심스러울 때는 국회 비준받는 걸 원칙으로 해야 하며, 그러므로 정부가 헌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7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무기 배치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뤄져 왔기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드 배치가 기존에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은 모(母) 조약(한미 상호방위조약·주한미군지위협정)의 시행범위를 넘었다고 해석되면 별도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등 해석이 엇갈렸다.

문제는 헌법이 국회의 비준동의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절차법이 부재해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조약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법을 규정한 '조약의 체결·비준 절차 등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조약 체결시 조약안을 예고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며 협상의 진행상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특히 조약에 대한 국민의 의견 제출권과 갈등 영향분석서 등 국내 보완대책 제출 의무화 등을 포함해 조약 체결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국회의 비준동의권을 실질화하는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4건 발의됐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 상정도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20대 국회엔 벌써 홍익표·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명이 지난 7월부터 차례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아직 법안소위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법안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외통위 법안소위 위원장인 김경협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법상 공청회를 거쳐야 해서 12월 중 공청회를 준비해 절차에 착수하자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끝끝내 반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외통위가 정부 비준안에 대해 거수기 역할을 해줄 수밖에 없어 터닝포인트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조약의 협상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를 구하고 절차를 보고하는 이 방안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이 이 법안을 제정할 적기라는 분석도 있다.

한상희 교수는 "과거 한미 FTA 반대부터 최근 사드, GSOMIA에 대한 논란 등이 거듭되면서 정부 조약 통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만들어졌다고 본다"며 "지금은 정부의 내치와 외치가 분리되지 않고 조약이 국민의 실제 삶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조약을 대통령과 소수의 관료에게 맡기지 않고 국회와 함께 감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