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최태민·최순실 재산몰수 가능

[the300]종합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어디에 적용될까…쟁점은?


최태민·최순실 일가를 겨냥한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안은 현행 법률로는 이들을 충분히 단죄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재산을 몰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순실씨 일가의 부동산 등 거액 재산이 수십 년전 최태민씨의 재산 형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의혹을 해소하자는 뜻도 있다.

7일 현재 국민의당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각각 추진하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최순실씨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으로 확보한 자금을 개인계좌로 빼돌리거나 은닉했을 경우 이를 몰수할 근거가 생긴다고 본다.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이권 개입 의혹, 무기체계 도입 관련 불거지는 방산비리 의혹도 포괄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 등 일가도 조사와 재산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민병두 의원은 "최순실, 최태민 등의 조세피난처 계좌 등도 모두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엔 최씨가 전국민의 공분을 살 만큼 국정에 개입하고 이권을 챙겼으리란 의혹이 크지만 실제 적용가능한 법률은 많지 않고 형량도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이 퍼졌다. 검찰은 최순실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사기미수 혐의만 적용했다. 횡령·배임을 적지 않았다. 검찰이 엄정수사를 공언, 수사과정에서 추가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지만 기존 혐의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기존의 몰수·추징법도 최씨 일가에 적용하기 어렵다. 1995년 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2013년 개정을 거쳐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린다. 그러나 공직자가 대상이고 적용대산 범죄도 뇌물, 횡령, 국고손실 등에 한정돼 있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전두환추징법은 공무원 즉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대상이지만 최순실씨는 공적으로 아무 직함도 가지 않은 상태"라며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법안은 최태민씨 시절의 재산형성과정도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소급적용토록 하고 공소시효도 없게 규정했다. 정치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영남대 이사였지만 최태민씨 의붓아들인 고 조순제씨 등이 실권을 갖고 재단을 운영했단 의혹이 파다했다. 최씨 가족이 이 때 쌓은 재산을 종잣돈 삼아 강남 등 거액의 부동산을 소유한 재력가 집안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채이배 의원은 특별법안 취지문에서 "최순실과 그에 결탁한 부역자들이 국정전반을 농단, 이로 인해 막대한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거나 취하려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또한 1970년대 초반부터 국정을 농단하고 불법적인 재산상 이익을 획득한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이를 통해 현재 그의 일가들이 막대한 부를 축척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도 "과거 최씨 일가는 국가권력을 이용해 공직자 등을 직권남용하게 해서 부를 형성했단 지적이 있다"며 "육영재단 등 공익재단, 영남대 등 교육재단에 대해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막대한 규모의 축재가 있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심사가 본격화하면 논란은 불가피해보인다. 최순실씨는 공적으로 아무 직책도 없는 상태다. 이에 채이배 의원안은 특정범죄 위반 행위를 묶어 국정농단 범죄라는 규정을 별도로 만들어야 했다. 수십년 전의 재상형성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사 부정한 재산을 확인한다 해도 규모를 산정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물가상승, 기존의 다른 재산과 합치거나 형태가 바뀌는 등 변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제3자가 불법인 줄 모르고 이를 취득하고 이런 단계가 여러번 반복됐다면 어디까지 환수범위로 잡을지도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자칫 과도한 재산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순실 게이트는 이밖에도 관련 입법을 촉진할 수 있다. 범죄수익은닉법 개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이다. 현재 범죄수익은닉법상 범죄수익이란 중대범죄, 성매매알선, 폭력 등에 따른 것으로 정했는데 여기에 공무상 비밀 누설이나 직권남용에 따른 수익도 포함할 수 있다. 공수처법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검찰 등 고위공직자와 그 주변을 상시감찰, 수사, 기소하는 내용으로 검찰개혁을 요구한 야권이 법안을 제출해놓았다.


'재산환수법', 전두환은 되고, 김우중은 안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10월 22일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 최규하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전 전 대통령 내외을 비롯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박요찬 청와대 정무 비서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원주 문화원 제공)/사진=뉴스1

국정 운영에 개입하고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 씨가 7일 오전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재산에 대해서도 사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최씨 일가 재산이 부정과 불법행위에 의한 범죄수익이므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몰수나 추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유사 입법례로는 소위 전두환 추징법과 김우중 추징법이 있다. 전두환 추징법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중이지만 일부 조항의 위헌소지에 대한 헌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김우중 추징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좌절됐다.

전두환 추징법은 2013년 6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개정해 만들었다. 1997년 재산은닉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자 국회는 추징금 집행 시효를 늘리기로 결정하고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시키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해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다. 뇌물, 국고손실, 횡령죄 등 관련 범죄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를 10년으로 늘렸고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 수색을 할 수 있게 했다. 당사자 뿐 아니라 관련자 검찰출석요구와 진술청취를 하게 하고 불법으로 얻은 재산의 추징 범위도 넓혀 친인척이나 제3자에게도 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전 전 대통령 땅을 샀다가 압류처분을 받은 박모씨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서 심리 중이다. 추징법은 불법재산임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은 제3자 재산이라도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박모씨가 땅 매입시 불법재산임을 알았다고 판단했지만 박모씨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모씨의 이의신청사건을 담당했던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공무원의 불법 재산을 제3자가 범죄 정황을 알면서도 취득한 경우 추징할 수 있도록 한 것 △제3자에 대한 별도의 재판 없이 재산 추징이 가능한 점 등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봤다. 적법 절차의 원칙과 무죄 추정 원칙 등에 반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을 받아야 한단 얘기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 입법평가위원회도 19대 국회 입법활동을 다룬 2015년 입법평가보고서를 통해 "정치권이 오랜만에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케케묵은 정치적 과제를 일거에 해결했지만 한편으로는 법적인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우중 추징법은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전두환 추진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됐다. 정부는 2013년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익은닉처벌법을 동시에 개정해 김우중 추징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재계 등 반발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3자에게 넘어가거나 은닉된 재산에 대해 사법기관의 강제 몰수와 추징을 일반인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변협도 입법평가보고서를 통해 전두환 추징법과 마찬가지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검찰 조사결과만으로 제3자가 취득한 불법재산까지 추징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과거 경험을 통해 본다면 범죄수익 추징 대상을 일반인이나 제3자에게까지 넓힌 입법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는 '최순실 특별법'도 법의 적용 대상을 광범위하게 한다면 오히려 선의의 제3자가 재산상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가 제주도에 소유하고 있는 200억원대의 땅을 급매물로 50억원대에 내놓았다고 알려졌는데, 만약 이 땅을 산 제3자가 나중에 추징을 당한다면 반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씨 일가 재산의 범죄 연관성과 그들의 재산을 사 들인 선의의 제3자의 피해를 모두 고려하고 입증할 수 있는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선례로 볼 수 있는 '친일재산환수법'의 경우에도 제3조에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법시행일인 2005년 12월 29일 이전에 제3자로 넘어간 친일재산에 대해선 국고귀속이 불가능 한 셈이다.

현재 헌재에서 진행중인 전두환 추징법의 관련 규정에 대한 위헌심판 결과도 최순실 특별법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헌재가 제3자에게 넘어간 재산까지 추징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다면 전두환 추징법 관련 조항은 무력화된다. 향후 최순실 재산환수를 위한 특별법이 추진된다면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대영 변호사(법무법인 이현)는 "무분별한 특별법 제정은 오히려 위헌소지가 있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범죄자 은닉 재산 환수 등은 예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일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검토를 거쳐 제대로 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朴대통령 멘토' 최태민 향하나

'최태민·최순실 특별법'이 잇따라 추진되는 배경에는 최태민·최순실 일가가 권력을 이용해 부정축재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깔려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넘어 최순실씨의 부친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고 최태민씨를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씨 일가가 부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은 드러난 것만 4000억원대로 집계된다.

최태민씨의 의붓아들로 2008년 사망한 고 조순제씨는 생전에 남긴 녹취록에서 최씨 일가가 생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다가 1970년대 중반 갑자기 재산이 늘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1975년 구국선교단을 조직하고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였던 박 대통령을 명예총재에 앉힌 뒤 돈 천지였다"며 "돈은 최태민이 관리했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최태민씨가 설립해 총재를 맡은 '구국여성봉사단'의 명예총재를 맡으면서 청와대에는 최씨가 대통령 딸의 이름을 팔아 기업에서 기부금을 걷고 정부 부처를 돌며 이권에 개입한다는 진정이 잇따랐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항소이유보충서에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10·26 사태의 계기를 '최태민과 박 대통령의 관계'로 꼽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최씨 일가가 전두환 정권에서 환수당한 부정축재 재산이 당시 돈으로 60억에 달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1000억원에 이르는 액수다.

이영도 박정희숭모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섰을 때 최태민을 조사해서 부정축재한 금액을 환수했는데 당시 기록으로 60억원 정도라고 한다"고 말했다.

조씨의 녹취록에는 10·26 사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준 6억원을 최씨 일가가 빼돌린 정황도 담겨있다. 조씨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친해진 시기가 박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이후"라며 "10·26 사태 이후 뭉텅이 돈이 왔는데 그걸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있지 않았겠냐"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지난 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당시 강남 아파트 1채 가격이 200만원이고 6억원은 아파트 300채 가격"이라며 "박근령씨와 남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준 아파트 1채씩을 제외한 나머지 298채 아파트는 어디로 간 것이냐"고 말했다.

또 "최순실씨가 유치원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유치원으로는 그 정도의 금액을 만들어낼 수 없다"며 "이번 기회에 최씨 일가의 부를 낱낱이 조사해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만씨와 근령씨 남매는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최태민이 아버님 재직시 아버님의 눈을 속이고 누나의 비호 아래 치부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 봐 누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며 "누나(언니·박 대통령)가 최태민에게 속고 있으니 구해달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엮인 영남대 사태도 재조명되고 있다. 전두환 정권에 대부분의 재산을 압수당한 최씨 일가가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맡았던 영남대 운영에 개입하며 다시 재산을 모았다는 의혹이다.

영남대의 전신인 대구대 설립자 고 최준 선생의 손자 최염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영남대 이사로 학교를 장악했던 8년여 동안 최씨 일가가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법인 재산을 팔아치우고 부정입학을 주도했다"며 "그 돈이 지금 최순실 재산의 한 부분이 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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