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박근혜 비서실장이 웬말"…'참을인' 네 번 쓴 한광옥

[the300]박지원과 팽팽·우상호도 냉랭…교섭단체 세곳 방문·운영위 출석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11.4/뉴스1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임명 후 처음 국회를 찾아 군색한 처지를 확인했다.

한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관례대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을 잇따라 찾았다. 새누리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순이었다. 한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박 대통령에게 쏟아질 눈총을 대신 받았다. 그 자신이 정치적 진영을 바꿔가며 일한다는 비난도 겹쳐 가는 곳마다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 허윤제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분이 국무총리로 갔으면 갔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이 웬말이냐"고 꼬집었다고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비공개 대화에서다. 한 실장은 답변은 하지 않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한 실장은 박 위원장에게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받아들여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청와대와 국회의 적극적 대화도 희망했다. 박 위원장은 "그럴 순 없다. 대통령이 김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답"이라고 일축했다. 박 위원장은 "이 상황에 대한 해법은 대통령 탈당, 여야 3당 대표회동을 통한 총리 합의추대다. 대통령이 이 외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겠느냐"며 "이러한 것들을 전제하지 않은 대화는 어렵고 그런 경우엔 대통령 하야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공개된 모두발언에서도 기싸움을 보였다. 한 실장은 박 위원장보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 여러 가지 부족한 제가 일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과 요청을 드려야 하고 여러 가지로 지도도 받아야 되는 입장"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에 박 위원장은 "아무리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도 제가 먼저 환영사를 해야지 자기가 먼저 시작하고, (비서실장이) 세긴 센 모양"이라고 받아쳤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한 실장에 대해 "먼저 뭔가를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며 "듣기만 하니 박 대통령에게 제일 좋은 비서실장"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한 실장은 지난 1999~2001년, 박 위원장은 2002~2003년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차례로 지내는 등 '동교동계' 식구였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우상호 원내대표와 대화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2016.11.4/뉴스1

한 실장은 박 위원장과의 회동 뒤에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여기서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한 실장은 "저희가 배울 것은 배우겠다"며 "국회는 여야의 대화 자리이니 충분히 대화하는 절차를 밟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 '동교동' 시절의 어느 시점엔 한 실장은 까마득한 정치선배, 우 원내대표는 386세대 대학 총학생회장이었다. 우 원내대표는 "평상시 같았으면 제가 한 실장과 옛 인연도 말씀드리고 덕담도 나누겠다"면서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한 말씀 드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 원내대표는 "오늘 담화를 보면서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국민감정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든다"면서 "눈앞에 닥친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문제는 국회에서 여야가 잘 논의를 해볼 테니까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잘 설득해 주길 바란다. 그래야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서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새누리당과 상견례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 실장은 "국회에는 여야가 있기 때문에 여야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는 저희들이 해야 한다"면서도 "국회는 국회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절차는 지켜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요청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최종적으로 청문위원직을 임명하기 때문에 비서실장과 정무수석도 이 문제에 대해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또 "가능하다면 대통령께서 직접 국회로 와서 야당 지도부와 국정현안에 대해, 국정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와 관련해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실장으로선 3곳 교섭단체 어디서도 썩 만족할 만한 답을 듣지 못하고 '참을 인(忍)'을 써야 했다. 뒤이은 운영위원회를 포함하면 모두 네 차례다. 운영위에선 정치후배 격인 야당 의원들이 "착잡하다"며 회한 어린 질문을 한 실장에게 퍼부었다.

한편 정진석 원내대표는 한 실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된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개별 특검, 야당 추천 특검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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