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속았다"…대국민담화에 숨은 진짜 朴心

[the300] 대기업 출연 "선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부인…권한이양·탈당 언급 안해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나도 속았다" "수사 받고 책임 지겠다" "국정공백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의 메시지는 이렇게 요약된다. '최순실 게이트'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의 취지 자체는 순수했다는 게 핵심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한을 대폭 내려놓고 책임총리에게 국정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이 빠진 것도 논란거리로 지목된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부인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순수한 의도로 두 재단을 설립했음에도 특정 개인인 최씨가 자신 몰래 불법적으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뜻으로, 사실상 최씨에게 속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박 대통령은 "'선의'의 도움을 줬던 기업인 여러분에게도 큰 실망을 드렸다"며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이 특혜 등 '대가성'이 없는 '선의'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재단 강제 모금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제3자 뇌물제공' 혐의 가운데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법 제130조에 따르면 제3자 뇌물제공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토록 할 경우 적용된다. 뇌물의 액수가 1억원을 넘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논리처럼 자금 제공이 선의에 의할 것일 뿐 대가성이 없다면 이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담화에는 차갑게 식어버린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한 고육지책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 뿐 아니라 특별검사(특검)의 수사까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특검을 전격 수용한 셈이다.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

감성적 호소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며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 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도중 눈시울 붉히고 목이 메인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한 것은 보수정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기독교계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는 발언은 이 같은 사태가 절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인 동시에 앞으로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권한이양·탈당 언급 안해

한편 박 대통령은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는 "국정공백 차단을 위해 국회가 김병준 총리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책임총리에게 권한을 적극 위임하겠다는 내용은 담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야권에선 박 대통령이 총리와 권한을 나눌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이미 김 후보자와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줬다"며 "이날 담화는 장관에 대한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등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넘긴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여당과의 끈마저 사라질 경우 국정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러나 국정 지지율이 5%까지 추락한 만큼 대선을 앞두고 여당의 '탈당' 압박이 거세질 경우 이를 버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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