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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다산관에서 '경제위기, 안보위기와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16.10.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수 혁신’을 내세우며 당내 주류 ‘친박(친 박근혜)’계에 맞섰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정작 당 쇄신 국면에서 독자행보만을 지속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다른 비주류 주자와의 차별화에 방점을 둔 행보라는 분석이지만 당 쇄신에 힘을 모아야할 시점에 ‘자기 정치’를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지난 30일 청와대가 인적 쇄신에 돌입한 이후 당 내에서도 지도부 총사퇴 등 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나경원 심재철 등 비박(비 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3선 이상 중진 의원 2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지도부의 총사퇴를 연이틀 압박했다. 오후 3시에는 김무성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권 주자 5인이 모임을 갖고 당 쇄신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전날에도 김무성 정병국 나경원 등 새누리당 의원 41명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현 당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뜻을 같이한다고 밝힌 의원은 총 56명에 이른다. 비박(비 박근혜)계가 주를 이루지만 비례대표 1번 송희경 의원과 김성태 비례대표 의원, 이학재, 함진규 의원 등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포함됐다.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소속 의원들도 전날 성명에 이어 이날 아침 모임을 갖고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진정모 소속 의원들은 전날 성명에서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최악의 경우 당 해체까지도 각오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진정모는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됐고, 참여 인원이 25명까지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비주류 대권 주자 중 한명인 유승민 의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 다른 주자들이 적극적으로 쇄신 모임에 참석해 힘을 싣고 있는데 반해 유 의원은 어느 모임에도 모습을 나타내고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내 비주류 인사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인데 유 의원이 합류하지 않으면서 쇄신 요구의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반감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들어 여권에서 비주류의 영향력이 가장 컸던 때가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시절이었다. 이번에도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힘을 합칠 경우 비주류의 구심력이 훨씬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비박계 3선 의원은 “유 의원에 대한 참여를 원하는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아직 동참의사를 전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런 당내 쇄신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강연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유 의원은 3일에도 ‘왜 민주공화국인가?’를 주제로 전남대 사회대 별관12에서 강연을 갖는다.

유 의원이 이처럼 독자 행보를 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이 약한 만큼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주자들 가운데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에 정면으로 맞섰던 거의 유일한 인사라는 점도 독자적인 색채를 유지하려는 동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주류의 공세에 친박 지도부가 여전히 버티기로 맞서는 상황에서는 힘을 모아 쇄신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날 “창당 수준의 조치”를 강조했던 김 전 대표도 이날 “나는 지도부 총사퇴의 선까지는 주장을 안 했다"고 말하는 듯 한발 물러선 입장을 나타냈다.

한 비주류측 인사는 “비주류 내에 분파적인 흐름이 생긴다면 당 쇄신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면서 “분파주의가 생겨나면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함께 쇄신을 고민하고 당과 국가의 위기 타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하는 시점”이라며 “이런 국면에서도 나홀로 행보만을 계속하면서 ‘유승민 정치’의 한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