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정청탁금지법 정착되면 공무원 민간 구분해야

[the300]경제충격? 성장에 기여할 것…공직 복지부동 핑계 안돼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19대 국회의원, 전 정무위원회 간사)/뉴스1
 세칭 ‘김영란법’,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달이다. 하나의 법 시행을 앞두고 이렇게 뜨거운 논란이 있었던 전례도 없고,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국민 생활에 이렇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법률도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우리 사회에 연고주의에 기반한 접대, 로비, 청탁 문화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었는 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회의 제안 설명 당시 밝혔듯이 부정청탁금지법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법이다. 첫째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과 공적 업무를 하지만 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하게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둘째 다른 선진국들은 부정청탁에 대해 절차적 규제를 하는 반면, 이 법은 특정 내용의 청탁을 금지하는 내용적 규제를 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법이다. 셋째 금품수수와 관련해서 뇌물죄와 같은 대가성 요건은 물론, 직무관련성 요건도 없이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 수수를 형사 처벌하는 최초의 입법례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과 문화에 비추어 충격적인 조치임에 분명하다. 또한 일부 업종에 있어 매출 감소 등 경제적 파장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야말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요건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시장경제의 장점은 경쟁과 경쟁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이다. 접대와 로비로 왜곡된 시장경제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고, 힘 있는 집단의 기득권이 고착화되어 역동성이 살아날 수 없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시행이 경제적으로도 충격을 줄 수 있고, 일부 부작용도 있을 것이나 장기적 대한민국의 시장 경제와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19대 국회에서 법을 제정했던 입장에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들이 있다. 최근 국민권익위가 마치 완장이나 찬 듯이 유권해석이라는 미명하에 법을 확대 해석해서 적용하려는 태도는 국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직무관련성 요건 관련해서도 법원에서조차 권익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안된다는 식으로 유권해석을 남발하는 행태는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정청탁금지법이 정당한 민원의 접수, 처리나 여론 수렴 과정을 회피하는 공직사회 복지부동의 핑계거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지적했지만 현재의 부정청탁금지법이 바람직한 입법 형태가 아니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법이 정착되는 단계가 들어서면 공무원과 민간인을 구분하고, 부정청탁을 선진국과 같이 절차적으로 규제하는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입법과정에서 여야간 합의되지 못해 누락된 이해충돌방지 영역도 이해관계자 사전신고제, 전직 관료 접촉시 보고제의 형태로 조속히 입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에 대한 논란을 지속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잘 운영하고 보완하는 한편, 부적절한 관행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