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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심재권 위원장의 의사진행발언에 항의하며 감사장을 퇴장하고 있다.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심재권 외통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 중 ‘한ㆍ일 위안부 합의’ 등을 비판하자 ‘중립적 사회’를 요구하며 전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사진=뉴스1

"어디 아파요?" "안 아파요."(14일)

초등학생들 싸움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틀간 나온 말들이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에 반발한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으로 지난달 26·27일 첫 외교부·통일부 국감이 야당 단독으로 열린 이후 주어진 단 이틀의 정상화된 국감에서 연출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국감 복귀에도 외통위의 국감 일정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국감 중반 상당기간이 해외 재외공관 국감으로 채워지기에 외통위 여야 의원들은 국감 막바지인 13일, 14일 단 이틀간 마주앉았다.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최악으로 치달은 남북관계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한중관계 등 외교 갈등, 위안부 합의에도 계속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털끝' 발언, 중국의 불법조업 문제 등 현안이 산재했다.

그러나 외통위는 이틀간 국감에서 수시로 '이념논쟁'을 벌이며 파행을 빚었다.

13일엔 심재권 위원장의 '위안부 합의 무효화' 개회사가 도화선이 됐다. 심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어제 위안부 할머니들이 거주하신 나눔의 집을 방문해 말씀을 들었다"며 "한일외교장관 위안부 협정 무효화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제기되는데 이는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 필요없도록 정부가 남북관계를 관리해나갈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편향적인 말씀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그러자 야당에선 "위원장이 개인적인 견해를 인사말로 밝힐 수도 있다"고 반박했지만, 여당에선 "정세균 의장이 사회를 편파적으로 보며 파행을 일으킨 것과 같다"며 강공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자기들이 집권할 땐 북한에 2조6000억원주고 핵개발하도록 해놓고"라며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을 언급해 국감장이 순식간에 진흙탕 싸움장이 됐다. "양심없는 사람들" "그말 취소하라" 등 원색적 비난이 오가다가 여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해 오전 국감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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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재권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새누리당 의원들은 질의 순서가 올 때마다 이 회고록에 나타난 문 전 대표의 대북 안보관을 문제삼으며 조사위를 구성해 진실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당시는 남북정상회담 직후로 북한의 비핵화 프로그램이 이행되고 있었던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라며, 정치공세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여야간 공방이 계속 격화되자 야당 의원들은 급기야 "지금 무슨 참여정부 국정감사 하는 거야? 지금 노무현 정권이야?"라고 항의했고 "어디 아파요?" "안 아파요" 등 저급한 말싸움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엔 또 다른 '이념 갈등'이 표출됐다. 김도읍 의원이 "유길재 통일부 전 장관이 '북한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에 대해 한 의원이 (위원장 호칭을 붙이지 않은) 이런 식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정중한 예를 갖추라'고 말했다"며 심 위원장의 2013년 외통위 발언을 겨냥하면서다.

이에 심 위원장은 "정부 공식문서에서 공식 호칭을 쓰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이라며, 당시 앞뒤 맥락을 자르고 발언을 내보낸 방송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반론보도까지 받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거두절미해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모욕적으로 제시됐다. 놀랍고 유감스럽다. 김도읍 의원의 공식 사과와 회의록 삭제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에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고, 심 위원장은 거듭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이 "사드를 배치해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해야 한다는 데 비판하고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태도를 지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두둔해 야당 간사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고성이 또 한차례 오갔다.

이틀간 벌어진 이같은 논쟁은 외통위에 즐비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이고 치열한 토론이라기보다는 각 당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하며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정싸움의 측면이 컸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진상규명은 절차에 따라 충분히 실시할 수 있지만, 수십명의 박근혜정부 국무위원들을 앞에 둔 이날 외통위 국감에서 다루기 적절한 주제였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흔히 외통위는 국회에서 '상원'으로 불린다. 국가의 큰 어젠다를 다루며 '대권 수업'을 할 수 있어 여야 지도부나 중진들이 선호한다. 한편 타 상임위에 비해 업무량이 적다는 꼬리표도 따라다닌다. 그만큼 외교·통일 분야는 정부에 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고, 지금까지 역할이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맞고 있는 현재 외통위는 이념 논쟁에 치중할 것인가, 외교안보 정책의 실질적 감시자가 될 것인가. 이번 국감을 계기로 점검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