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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0.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국정감사가 14일 오전부터 15일 새벽까지 16시간 가까이 진행됐지만 고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 한미약품 신약 부작용 관련 의혹,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 등 국감 주요 이슈가 고스란히 숙제로 남았다.

이날 국감에는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었다가 사망한 고 백남기씨의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증인으로,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에 의혹을 제기한 이윤성 대한의학회장과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국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시작부터 여야간 격돌이 예고됐다.

야당은 지난해 11월 사고 당일 밤 당직의사가 아니었던 백 교수가 당직의사였던 조원상 교수를 대신해 수술을 집도한 데 대해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백 교수는 '당시 관할 혜화경찰서장이 백 교수를 집도의로 지정해 수술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신경외과를 총괄하는 과장으로 책임자이기 때문에 병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당시 경찰 얘기는 못 들었다"고 답했다.

백 교수가 백씨 사망 전 상당기간 칼륨 수액을 투여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백씨의 사인을 신부전증에 의한 고칼륨혈증으로 기록하도록 지시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유가족이 거부하는데도 연명치료라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칼륨이 든 수액을 투입했으면서 사인에 고칼륨혈증이라고 쓰는 게 옳은 것이냐"고 물었다. 백 교수는 "그동안 수액에 포함된 칼륨의 양은 경미하다"며 "이미 7월부터 급성신부전이 심했고 진균성 폐혈증과 폐부종 등 전신상태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사망진단서의 법적 책임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백 교수와 서창석 원장은 형식적으로 사망진단서는 권모 전공의가 작성했지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은 백 교수에 있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가 "법적인 책임도 제가 진다"고 말한 데 대해 더민주 정춘숙 의원을 비롯해 야당 의원들은 "소송 등 법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전공의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서울대병원과 백 교수가 백씨를 성심껏 진료했고 사망진단서를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것도 주치의인 백 교수의 재량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감쌌다.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은 "백 교수는 명의 중 한 명이고 주치의 의견만큼 소중한 의견이 없다"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걸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은 "사망진단서는 의사의 개인적인 소견이고 논란이 있을 때는 법의학적 소견을 위해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유족과 방식을 협의해 부검을 실시하라고 결정한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참고인으로 나온 김경일 전 서울시립동부병원장은 "수술해도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수술이 필요 없는데 수술한 것은 (경찰 물대포로 사망했다는 점이 부각될까봐) 어떻게든 길게 끌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백씨에 대한 추모 묵념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국감이 시작 30분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묵념 제안에 새누리당 박인숙, 송석준 의원 등이 반대하면서 묵념은 김상훈 새누리당 간사를 제외한 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한 채 이뤄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미약품의 폐약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 임상시험 도중 이상반응이 발생한 사망환자에 대한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천정배, 더민주 권미혁,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임상시험 도중 사망한 환자 중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그간 설명과 달리 3명 추가된 5명으로 정리됐다. 식약처는 다만 이상반응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사례는 1명뿐이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논의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애매한 답변은 내놨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개편안 추진 일정에 대한 더민주 기동민, 김상희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모형을 마련해 연내에 개편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그동안 확고하게 연내 건보료 개편안 발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온 데 비해서는 진일보한 답변이지만 면피성 발언으로 읽힐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다. 더민주는 현행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기준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득 일원화 방식의 부과체계는 또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