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낙하산 근절법으로? 최경환·박승춘 사례 보니

[the300]승진·채용 영향력 행사시 '김영란법' 저촉 가능성, 권익위 "경우에 따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 국가보훈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0.10/뉴스1
청탁금지법이 금융권을 포함한 공공 분야의 권력형 낙하산 인사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이용해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단 주장이 나왔다.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가 도덕적, 정치적으로 비난받더라도 불법으로 규제할 근거가 없었다면 청탁금지법 제정으로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 측은 12일 "낙하산 인사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경우에 따라 부정청탁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성영훈 권익위원장의 국감 답변은 원론적인 것이라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별도로 규정이나 해석을 두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인사청탁 규정 적용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당한 인사청탁이 청탁금지법상 규제되는 것은 분명하다.

청탁금지법은 제5조 1항에 14가지 부정청탁 유형을 밝혔다. 그 중 세번째는 '채용 승진 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가 있다. 또 14가지 유형에 대해 공직자 등이 '권한을 넘어서도록' 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영향을 미치도록'과 월권을 규정한 부분이 권력형 인사개입 즉 낙하산 인사를 포괄할 수 있다.

'낙하산'은 그동안 법적 개념이 아니고 정치적 의미로 통했다. 그 범주도 넓다. 정부부처 퇴직자가 산하단체나 출연기관, 민간기업이라도 인허가나 관리감독 등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에 재취업하는 것도 낙하산으로 불린다. 

최근 이슈가된 낙하산 인사 사례로는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실 인턴 출신 황 모씨와 박승춘 보훈처장 아들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특혜 의혹이 꼽힌다.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2013년 8월 최경환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지역(경북 경산) 사무소 인턴 출신 황 모씨를 합격시키라고 박 이사장에게 요구했다. 이는 박 전 이사장이 과거 진술을 번복한 것이어서 최 의원은 해당 발언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승춘 처장 아들의 2013년 중진공 채용도 올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됐다. 박 처장은 장교 시절 훈장을 받는 등 국가유공자가 됐고 그 아들은 유공자 자녀 취업 지원제도를 적용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 그런데 최완근 보훈처 차장, 당시 서울보훈청장이 중진공 고위 관계자를 만나 박 처장 아들의 지원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공이 당시 지원자 명단의 박 처장 아들 이름 옆에 '보훈처장 아들'이라고 명기하는 등 청탁 개연성이 제기됐다.

두 경우 모두 청탁이 사실이라면 제3자(황 씨, 박 씨)를 위해 청탁한 공직자는 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요구를 들어준 기관장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단 낙하산 인사의 특성상 명시적으로 압력을 넣는 과정을 입증할 수 없거나 공모와 심사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아 위법성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8월 한국증권금융 감사가 됐다. 조 감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잘 다듬는 걸로 정평이 났지만 금융업과는 무관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며 비판했다. 만약 조 감사 임명 과정에 청와대의 요청이나 압력이 있었고, 한국증권금융이 이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감사 임명에 관한 법령·내부규정 등을 위반했다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증거가 없다면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낙하산 인사도 처벌 대상이 돼야 김영란법의 실효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며 "인사와 관련한 부정청탁 신고가 권익위에 접수되면 법을 내실 있게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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