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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우리 정부가 최근 12년간 유엔 사무국에 공식적으로 '동해 표기'를 단 한 건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 비공개 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유엔 사무국에 공식적인 문서로 동해 표기를 요청한 것은 1997년 1건, 2001년 2건, 2004년 1건 등 총 4건이었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는 단 한 건도 유엔 사무국에 '동해 표기'를 요청하지 않아 영토주권 수호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회는 201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외교부가 유엔 사무국 등 국제사회에 동해 표기를 요청하는 외교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주장했다.

반면 동해 표기와 관련된 외교부의 '영토주권 수호' 예산은 최근 10년간 약 278억원이 투입됐으며 올해에도 약 54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중 '영토주권 수호를 위한 법·역사적 논리개발 연구사업'으로만 매년 13억원을 사용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정작 '외교관계 사항이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공개될 경우 국가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연구용역 결과는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

국회의 노력과 꾸준히 증가한 예산과는 달리 12년간 '동해 표기'를 방치한 정부 탓에 현재 유엔 사무국 및 전문기구들은 분쟁지명에 대한 양자간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명칭을 사용한다는 내부 관행에 따라 '일본해' 표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경협 의원은 "정부가 이른바 '조용한 외교'를 빙자해 동해 표기를 아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동안 우리 정부는 좋은 기회를 놓쳤고, 반기문 총장이 유엔 사무국의 '일본해' 사용을 좌시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에 열릴 IHO(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동해 표기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총력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외교부는 그동안 허송세월만 보냈다"고 지적했다.

국제 해역 명칭 표준화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IHO는 매 5년마다 총회를 개최한다. 2012년 제18차 총회에서 우리 정부는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했으나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는 일본·미국·영국 등에 밀려 실패한 바 있다. 2017년 4월에 개최될 제19차 총회에서도 '동해 표기'를 놓고 또 다시 대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