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조양호 "2조원 투입"-산은 "선택여지 없어" 한진해운 이견

[the300]여야, 법정관리-물류대란 책임 추궁(종합2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6.10.4/뉴스1

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원인과 책임을 두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조 회장은 여야 정무위원들이 법정관리, 물류대란 등의 사태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막지 못한 조 회장과 법정관리라는 '결단'을 내린 이동걸 산은 회장은 위기 요인과 법정관리를 전후한 상황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고수했다.

◇한진해운 사태 책임 도마에= 정무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에 대해 공통적으로 한진해운 부실과 물류대란 사태 책임을 집중 추궁했다. 산업은행에는 관리감독 부실과 성급한 법정관리 결정 의혹을 제기했다. 조양호 회장에게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과연 충분한 조치를 했느냐고 따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간사, 전해철 의원 등은 산업은행이 마련중인 혁신안이 과감한 개혁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호 더민주 의원은 석태수 한진그룹 사장을 법정관리의 대리인으로 지정하는 등 결국 한진그룹이 다시 한진해운을 경영하는 '장기적 대마불사'가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대한항공이 일감 몰아주기 등 조 회장 일가의 가족경영 전횡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의 급여가 과도한 것 아니냐고 따지면서 조 회장이 잠시 답변하지 못하고 침묵하기도 했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새누리당)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이 10원도 건질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경제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진해운이 회생할지, 법원의 청산 결정으로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매각하게 될지 법정관리 이후의 국면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법원 판단에 달린 일이라며 즉답하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누가 맡더라도 해운업은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호vs이동걸 팽팽= 조 회장은 "대형 해외선사들의 출혈경쟁 탓"이라는 입장을,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진해운이 고가의 용선료를 견디지 못한 것"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조 회장은 외국 선사들이 수십조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것과 달리 한진해운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서 2조 유동성 공급을 했지만, 외국 선사들이 수십조원 지원을 받아 물량공세, 저가공세로 출혈경쟁을 펼쳐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알짜자산인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 한진해운 인수에 투입했다"며 "한진해운에 대해 현대상선 이상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걸 회장은 조 회장이 돌아간 다음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조양호 회장은 저가공세에 힘들었다는데 저희 관점은 호황기에 용선료를 고가로 (계약)해 이를 견디지 못한 원인이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비슷한 위기를 겪은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에 성공해 21% 인하했으나 한진해운은 용선료를 인하하지 못했고 사채권자에 대한 조정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정관리행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의 결정을 정면 비판하는 것은 자제했다. 국감을 기회로 당국에 섭섭함을 표시할 것이란 당초 전망과는 다른 태도다. 조 회장은 "제가 설득이 부족했던 것은 아쉽지만 당국은 나름의 기준과 원칙이 있으니 제가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16.10.4/뉴스1

◇화물정보 요구, 법정관리 전에 했나= 법정관리 전 정부가 한진해운에 화물 및 운송 정보를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도 산은과 한진그룹 양측은 엇갈렸다.

석태수 사장은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법정관리 시작 전에 화물과 운송 정보를 제공하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며 "법정관리 후에 화물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실려가는지 정보 요청을 받고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전 현대상선 CFO, 한진해운 CEO를 3차례 불러 물류대란 가능성이 높으니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자고 했다"며 "화주의 이름이나 각종 개인 정보가 들어와야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울 수 있고 현대상선에 선적할 수 있는데 (한진해운으로부터) 이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 "법정관리 전 지원은 배임 아냐"= 과거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수차례 한진해운을 지원한 것과 달리 대한항공 이사회는 '배임 우려'를 들어 법정관리 신청후 20여일 뒤인 지난달 21일에야 6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알짜'인 에쓰오일 주식을 팔아서 한진해운에 2조원 이상 투입했다.

조 회장은 "(2014~2015년) 당시는 구조조정해서 정상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배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인수할 때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감자 실시 여부를 묻는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질의에 "기본적으로 대주주는 이에 상응하는 감자를 하고 일반 소액주주는 미세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덧붙였지만, 이같은 발언은 올해 내 실시될 대우조선 자본확충 과정에서 대주주가 더 큰 비중으로 감자하는 주주 차등 감자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윤경 더민주 의원은 대한항공이 전세기 용도로 보유중인 항공기 5대 중 3대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가용 비행기로 쓰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 때, 또 평창 조직위 때 왔다갔다 할 때 썼다"면서도 "사적으로 쓴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산업은행, 이날 또다른 피감기관인 IBK기업은행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 탈퇴를 요구했다. 은행과 대기업을 한 데 묶어놓는 것은 1960년대 '개발논리'이며 더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은, 기은 모두 전경련 탈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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