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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그동안 탈북 문제에 미온적이었던 정부가 적극적으로 탈북을 독려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북한 김정은정권의 붕괴를 촉진하기 위해 체제 내부의 압박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생계 지원 중심이었던 탈북자 정착 프로그램도 능력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대·강화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레짐체인지(정권교체)든, 리더십체인지(지도자 교체)든 북한의 핵 포기를 끌어내려면 군사·외교적 압박 외에 북한 체제 내부에서의 압박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중국 등 제3국으로 탈출한 탈북자들이 입국을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입국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탈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교적 관례 뿐 아니라 탈북자들이 주로 경유하는 중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탈북자의 입국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탈북자들의 입국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주민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공식 행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탈북을 독려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의 김정은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 김정은정권은 타도 대상으로 삼되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탈북 권유 발언을 극찬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사설을 번역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WSJ는 '북한 주민 해방시키기: 대량 탈북이 평양 정권교체의 열쇠가 될 수 있다'(Liberating North Koreans: Mass defections may be the key to regime change in Pyongyang.)는 제목의 3일자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은 공허한 비난이나 실행되지 않는 제재보다 북한 정권 변화에 대해 더 효과적이고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탈북 독려를 대북 레짐체인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은 김정일 등 전임자들에 비해 탈북에 대해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탈북을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탈북자가 늘어나는 것은 북한 정권으로선 적잖은 압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탈북 독려 발언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섬뜩한 부분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북한의 붕괴와 귀순을 직접 거론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선전포고'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사설에서 "탈북을 선동하는 미친 나발질(헛소리)"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정부는 연내 누적 탈북자 수 3만명 돌파를 앞두고 탈북자 정착 프로그램의 확대·강화를 위한 정책 재점검에 착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엔 탈북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만 지원해줬다면 앞으로는 탈북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일부는 이날 제3국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도 북한인권법 적용 대상이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제3국 거주 북한 주민도 인권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치될 북한인권재단이 제3국 소재 탈북민의 입국을 지원할 지 여부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당장 이뤄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