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정치중립 규정 두고 새누리 VS 더민주 정면대치

[the300]국회법, 당적이탈 외 명시적 조항 없어 불씨…국민의당 "개정 가능"

김성휘 기자 | 입력 : 2016.10.03 17:24
여야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정상화 관련 브리핑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관영, 새누리당 김도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2016.10.3/뉴스1

국회의장의 정치 중립 의무를 법으로 못박자는 새누리당 요구가 가까스로 국감을 재개한 국회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의 공감대를 통해 유지한 국회의장의 중립을 정세균 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깨버렸다는 새누리당과 개정 추진에 강력 반발한 더민주가 3일 대립했다. 캐스팅보트 격인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 동조 가능성을 보이는 등 정당별 셈법도 복잡하다.

국회법 개정 요구는 정세균 의장에 대한 정치적 공세 성격이 강했지만 새누리당은 국감 복귀 후에도 이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더민주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과 함께 가진 브리핑에서 "의회민주주의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방침"이라며 야당에 국회법 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긍정적으로 답변이 있었다"며 더민주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 의장의 '친정'인 더민주는 "소위 정세균 방지법을 빙자해서 국회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라며 법개정을 일축했다. 기동민 대변인은 "국회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해 거대 행정부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국민의 대표인데 의장에게 기계적 중립성을 강요하는 것은 국회를 대통령 밑의 통법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의장 중립성 시비는 대통령을 보호하고 권력형 비리는 감추려는 정치적 책략"이라고 각을 세웠다.

여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후 국정감사를 거부하던 지난달 말 국회법 개정을 공론화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표현을 집어넣는 개정안을 당 법률지원단장인 최교일 의원 대표발의로 추진했다. 

과거 행정부 우위의 권위주의 정치문화 속에 국회의장은 대체로 대통령 등 집권여당의 일원으로 여겨졌다. 국회법 또한 뚜렷한 정치중립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의장 재임중 소속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규정은 불과 14년 전인 2002년 추가했다.

국회의 역할과 위상이 예전보다 강화되고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을 배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여당이지만 다수당 지위에서 밀려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정치 중립을 문제삼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은 3일 현재 야당에 합의를 요구하며 법안 제출 시기와 내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교일 의원은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보자는 지도부 입장에 따라 (저의) 법안 추진은 보류중"이라면서도 강력한 처벌조항 등 더 센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장 중립의무를 규정할 뿐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을 때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와 더민주가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면 국민의당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박지원 위원장은 지난 1일 제6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이 열린 충남 계룡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어떤 당에서 누가 의장이 될 지 모르지 않나"며 "그렇다면 중립성을 보장하는 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여야) 3당이 합의하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수 해임건의안에는 더민주와 공조했지만 이번엔 새누리당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국회의장의 정치중립을 강조하는 개정법은 극히 드물었다. 17대 국회이던 2006년 김석준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장 임기 2년만 규정되고 중임(연임) 관련 규정이 없어 중임을 위해 정치적 편파성을 띨 수 있다며 중임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2008년 임기만료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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