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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지진에 떠는 한반도

[the300]종합

지진대책법 20년, 대응은 '거북이걸음'

18일 경북 경주 사정동 한옥마을에서 전문 건설 인력들이 방수 천막으로 지붕을 덮으며 지진피해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206.9.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규모 6.5와 7.3의 강진으로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같은 날 남미 에콰도르에선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해 660여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비슷한 규모였지만 사망자수는 15배 이상 차이가 났다.

1995년 일본 내 지진안전지대로 꼽히던 고베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650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구마모토 지진의 인명피해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일본의 고베 대지진(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재해대책법이 만들어졌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효성있는 지진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같은 기간 위기관리센터를 정비하는 등 조직 재편과 방재시스템을 공고히 한 것과 비교하면 '거북이걸음'이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진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1995년에 이르러서다. 1967년에 만들어진 홍수·폭설·폭풍 등의 재해에 적용한 풍수해대책법을 전면 개정해 지진과 지진해일, 태풍 등을 포함한 재해를 담은 자연재해대책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자연재해대책법이 재난의 예방이나 대비를 다루기보다 사후 대응이나 복구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입법조사처는 '이슈와 논점'을 통해 자연재해대책법이 "단순히 지진피해 경감대책 수립, 지진해일 위험지구 지정·고시에 관한 사항 정도만 규정돼 있어 실효성있는 지진 대책을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고베 교훈…주민 훈련 반복

지진과 태풍으로 잦은 피해를 입는 일본의 경우 1961년 재해대책기본법을 만들어 대비해왔다. 방재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 특징이다.

고베 대지진 이후 관련 제도는 전면 수정됐다. 상층부로는 재난대응에 대한 수상의 권한을 대폭 강화시키고 현장에서는 방재담당자간 정책 커뮤니티를 활성화시켰다.

일본인이라면 의무적으로 재난대응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도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다. 정부 정책포털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일본은 부상자 발생시 신고요령부터 거주지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직접 찾아가 1박 체험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훈련시킨다.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치권에는 국민들이 철퇴를 가했다. '무라야마 담화'로 잘 알려진 사회당의 무라야마 총리는 고베 대지진 당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불거지면서 그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고, 지진 발생 1년만에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지진 대책만 20년…실효성 한계

우리의 경우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이 제정되면서 재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만들어졌다. 중앙안전관리위원회 등 안전관리기구를 명시하고 예방·대비·대응·복구로 분야를 전문화하는 내용이다. 

지진과 관련해선 2008년에 제정된 지진재해대책법이 구체적이다. 학교 건물 등의 내진설계 등을 보강하도록 구체화됐다. 2013년엔 중앙정부가 5년마다 지진방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장과 함께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5년에 들어서 화산재해도 이 법에 포함시키면서 현재 지진·화산재해대책법으로 변경됐다.

문제는 일본과 같이 방재교육이나 실습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진은 특히 예측하기 힘든 자연현상이어서 발생 당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탓에 교육·훈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예산도 걸림돌이다. 5년마다 수립하는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1단계 기본계획(2011~2015)은 예산부족으로 목표대비 17.5%만 달성했다. 3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 50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2015~2019 지진방재종합계획에 따르면 2019년까지 정부는 5조8000억원의 재정을 지진방재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진 관측이나 예·경보 시스템 구축에도 차질을 빚었다. 특히 조기경보발령과 직결된 지진관측장비는 2020년까지 목표치에 못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지진관측 장비 수량은 150개에 불과한데, 현재 추세대라로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며 "지진조기경보의 골든타임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축물 내진보강 세제지원 4건 그쳐…유명무실 지진대책

지진피해 수습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국민안전처 제공) 2016.9.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지방세 감면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지원에도 불구하고 공사비용 부담으로 인해 실제로 내진보강에 나서는 건축주가 거의 없어서다. 건축물 붕괴 등 지진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선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방세 감면혜택 확대, 자금 및 기술지원 등 정부 차원의 보다 실효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국민안전처 및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8월부터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내진설계 의무대상(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이 아닌 민간 건축물이 내진성능을 확보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해주고 있다. 

우선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건축물(주택 포함)을 새로 지을 때 내진성능을 확보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가 각각 10%씩 면제된다. 내진설계 적용대상이 아닌 기존 건축물의 경우도 대수선하면서 내진성능을 확보할 경우에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각각 50% 감면된다. 두 경우 모두 재산세 감면혜택은 최종 납세의무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지방세 감면혜택은 내년말 일몰될 예정이다.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 활성화를 위해 세금감면이라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지만 추진 실적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제도 시행 이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로 지방세 감면혜택을 받은 건수는 단 4건에 그쳐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세제지원만으로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세금감면에 비해 내진성능 확보를 위한 공사비용 부담이 커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층 이하 건축물의 경우 내진성능 확보 시 건축비가 약 3~5% 증가한다”며 “적게는 수 백 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 만원까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세금감면만으로는 내진보강을 유인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1~2층의 건축물의 경우 대부분 내진성능 확보 없이 짓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내진율(내진성능 확보 비율)이 저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곳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했다. 또 전체 건축물 중 현행법상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곳은 143만9549동이다. 내진설계 의무대상임에도 내진설계가 된 곳은 33%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지진대책으로 내놓은 지방세 감면제도가 가시적인 성과가 없자 행자부와 안전처는 내진설계기준 강화, 지방세 감면율 및 감면대상 확대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행자부 관계자는 “세금감면은 일종의 유인책으로 민간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치단체에서 지방세 감면율 확대 등을 건의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고나면 대참사…원전이 딛고 선 부지는 안전한가

원전이 밀집된 한반도 동남권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원전 안전에 대한 논란이 재차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 측에서는 원전 지역이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 측은 원전 부지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원전 내진설계의 근거 법률은 '원자력법'이다. 이 법을 근거로 원자로의 위치와 구조, 설비 등의 기술기준이 시행규칙인 '원자로시설등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다. 이 규칙에 근거한 고시인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술기준'에는 미국 등 외국의 기술 지침에 따라 설계, 건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고리와 월성 영광 울진은 최대지반가속도 설계치(g) 0.2를, 신고리 3,4호기는 0.3을 기준으로 내진설계가 돼 있다. 최대지반가속도 설계치는 지진에 의해 흔들리는 가속도의 값으로 0.2면 진도 6.5 지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진도 6.5 지진에도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가 진도 6.5를 기준으로 돼 있다는 설명이 바로 이 기준을 근거로한 것이다. 진도 6.5 수준의 지진이면 1000년에 한번 발생하는 규모다.

진도 6.5 지진이 발생해도 원전에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2007년 일본 주에츠 앞바다에서 진도 6.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산·학·연 전문가로 '원전지진대책연구팀'을 구성해 국내 원전의 내진 성능 개선방안을 도출했던 바 있다. 당시 한국표준형원자로의 내진능력은 설계기준의 약 2배 크기 지진에도 안전기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을 근거로 하는 주장이다. 

반핵·환경 단체에서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 판명났다며 정부에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이 경남 양산 인근으로 원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양산 단층대가 활성화 단층이라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지진이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한만큼 양산단층대를 활성화 단층이라고 고려하고 원전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98년 지질자원연구소에서 양산단층대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했던 것을 내세우고 있다. 당시 조사에서 양산단층대가 활성화 단층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원전에 적용된 내진설계면 충분히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지진이 관측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양산 단층대 인근에서 발생한만큼 당시 안전성 판단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성능을 현행 진도 6.5에서 7.0 수준으로 보강하는 한편 모든 원전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시기를 1년 앞당기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후 8시32분 경북 경주 남남서쪽 8km 육상에서 규모 5.8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 직전 오후 7시44분에는 경북 남남서 쪽 9km 지역에서 규모 5.1의 전진(본 지진에 앞서 발생하는 지진)이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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