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진 재난문자 발송 지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안전처의 재난문자 발송 대상에 지진이 제외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민안전처예규 제50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기준'에 따르면 국민안전처는 국가 비상사태시 관련 상황정보와 자연재난, 사회재난 발생시, 대처 정보 등의 재난문자방송 송출을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풍·호우·홍수·한파·폭염 등 각각의 기상 재난에 대해 주·야간 시간대별 재난문자방송의 송출 여부와 기준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진은 아예 송출 기준이 없다.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현행 송출기준상 재난문자방송 송출의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 7월 울산 지진 당시에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시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은 7월7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향후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지진을 알리는 내용을 보낼 때 국민에게도 동시에 문자메세지를 보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더욱이 국민안전처는 지난 4월 '지진대책 TF'를 꾸리고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미흡한 대응에 거쳐 비판을 사고 있다. 당시 안전처는 "'대국민 알림서비스'를 강화하고 내진보강 및 교육·훈련 등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보완하자는 것이 대책의 취지"라고 했다. 주요 전략과제에도 '대국민 신속한 전파체계 구축'이 포함돼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진 재난문자방송 발송을 약속한 국민안전처는 대형 지진 이후 두 달이 지나도록 관련 기준 하나 손 보지 않고 또 다시 약속을 어겼다"며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재난문자방송이 지연되고 제한적으로 발송된 것은 국민안전처의 무책임한 안전불통 행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문자방송 발송에서 수신까지 걸리는 시간도 빠른 사후행동요령의 제약이 되고 있다. 윤종오 무소속 의원이 이동통신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발송한 시간부터 가입자가 수신하기까지 최대 14분이 걸린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국민안전처는 재난문자방송을 늑장발송하고 이동통신사들은 재난문자방송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초 단위의 경보로 사람의 생사가 갈리는 지진재해 상황에서 재난문자가 아무런 경보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6.7%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안전처가 자체발표한 30.3%과는 동떨어진 수치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민간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679만4446동 중 내진설계 건물은 45만5514동이다.

이 의원 발표 기준은 전체 건축물 중 내진설계 건축물의 비율인 반면, 국민안전처 발표 기준은 2층 이상 건축물 등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중 실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의 비율이다.

이 의원은 "민간건축물의 내진확보비율만 봐도 우리나라의 지진대비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며 “기상청이 6.0 규모 지진은 언제든 발생가능성이 있다고 밝힌만큼 국민안전처 차원의 전국적인 내진시설 관리와 국민대피훈련 지침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