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더 서러운 임금체불 올해 1조원…방지법 나온다

[the300]제조·건설업종 많아…정동영·하태경 근로기준법-이학영 하도급법 제출

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시민사회대책의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체불임금 해결 및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9.6/뉴스1

임금체불은 평소에도 고통스럽지만 추석같은 명절엔 답답함이 몇 배로 늘어난다. 지난달 현재 근로자 21만명이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까지 체불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 수십만명에게 '넉넉한 한가위'는 남의 일이다. 게다가 전국 각 사업장에서 체불된 임금 규모가 올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였다가 경영악화로 7월 폐업한 천일기업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 당 제윤경 의원 등이 요청, 삼성중공업은 천일기업 260명에게 밀린 임금 일부를 직접 지급하고 천일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체불임금 약 27억원 중 국가가 지급하는 체당금 15억원, 앞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확보 가능한 최우선 변제금 약 4억원을 제외한 8억원의 체불임금을 해결할 방안이 마련됐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한 사업장에 그칠 뿐이다. 13일 송옥주 더민주 의원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임금체불 규모는 8월 기준 21만4052명 근로자, 총 9471억원이다. 체불총액은 이미 1조원에 육박했고 월평균 신고액 등을 감안하면 올해 1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월별 평균으로 계산하면 올해 월평균은 역대 가장 많은 1183억원이다.

악성 임금체불은 건설업종이 대표적이다. 하도급 거래가 많아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근로자 중 저소득 일용직이 많아 임금체불시 타격도 크게 받는다. 고용부 자료에도 임금체불자 21만명 중 건설업이 33%인 7만명이다.

최근 체불 통계에선 건설업 외에 제조업이 두드러진다. 제조업 임금체불 근로자는 2012년 연간 6만7961명으로 건설업(6만8225명)과 비슷했으나 2013년 이후 급증, 지난달 현재 9만4000명에 이른다. 업종별 월평균 체불발생액도 제조업 1183억, 건설업 194억,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156억 순이다.

한편 1인당 체불임금 평균액은 442만원이다. 경북이 634만원으로 전국 광역단체 중 가장 많다. 충남 476만원, 울산 445만원 등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특정지역 제조업 불황이 관련 분야 근로자들의 임금체불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도-업종별 임금 체불 근로자 수(명)/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금체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설·추석에 불공정하도급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신고를 통해 밀린 임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황희 더민주 의원이 최근 5년의 센터 운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설날과 추석 신고액 중 처리금액 비율은 21.9%에 그쳤다. 2011~2015년 총 5734억원이 신고됐지만 이 가운데 1253억원만 지급처리됐다. 황 의원은 다만 신고금액은 신고인의 주장이므로 조사과정을 거쳐 실제 법위반 금액을 확정한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추석이 낀 이달 법 개정안을 쏟아내며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임금체불은 하도급 관계의 구조적 한계, 불황 영향 등에 따라 사업주의 '선의'에 맡길 수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8일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공사 원도급업자가 임금지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공공부문 건설공사가 대상이다.

또다른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근로자가 체불금 지연이자를 20% 범위 내에서 받을 수 있게 하고, 악성 임금체불 기업에겐 체불금의 3배까지 징벌적 부과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추석 직후 제출할 예정이다.

이학영 더민주 의원은 2일 하도급 거래에서 발주자(원도급)가 수급사업자(하청)와 수급사업자의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등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확인할 수 있게 전용계좌 개설, 지급확인시스템 구축 등을 강제하는 내용으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이처럼 법안이 쏟아졌지만 과거에도 임금지급보증제를 수 년간 논의만 하고 도입하지 못하는 등 제도개선을 낙관하긴 이르다. 임금지급보증제는 사업주가 보증서를 발급하고, 보증기관은 체불 임금을 우선 지급하되 체불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보증비를 내고 지급보증을 받는 주체는 사업주다. 19대 국회에 이완영 의원이 제출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누군가 보증을 해준다는 것을 믿고 하청업체들이 임금지급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우려됐다.

이학영 의원은 "임금체불은 한 가정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임금은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윤경 의원은 이밖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주는 대금인 기성금을 후려치는 관행을 근절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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