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도 우도 아닌…하태경의 '거침없이 기승전北'

[the300][국회의원사용설명서 2.0]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입바른' 소리를 잘 한다. 대상은 여야가 따로 없다. 여당 출신 대통령을 향한 직언에도 거침이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하기 힘든 '독도는 분쟁지역' 얘기를 꺼냈다가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당시 하 의원은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려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독도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재선의원(부산 해운대갑)의 튀고 싶은 심리라고 깎아내리는 이도 있지만 그의 흔치않은 이력을 빼고 평가할 수 없다. 19대 국회 당시 초선의원 동기였던 '통일의 꽃'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변절자"라는 질책을 들었던 그다. (임 전 의원은 이튿날 곧바로 취중실수라고 사과했다.) 반대로 보수 진영에서는 하 의원을 '새누리당의 트로이목마'라고 몰아붙인다.

[키워드①-기승전'北']

"대학 시절 친북 학생운동권의 배후 조종자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90년대 후반 이후 북한의 생생한 현실을 접한 뒤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했다."

하 의원이 쓴 책 '삐라에서 디도스까지'의 저자 소개글이다. 하 의원은 서울대 물리학과 86학번으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밀입북 사건'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다. 소위 NL(민족해방)계 운동권 출신이다. 고 문익환 목사가 만든 통일맞이연구소에서도 활동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다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고 고문받아 죽는 모습을 목격한 게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고 한다. 2005년 대북 민간 라디오방송 '열린북한방송'을 설립해 운영하면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탈바꿈했다. 국제 무대에서는 2011년 9월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ICNK) 결성을 주도했다.

정계에 발을 들인 이유도 '북한'이다. 민간인 신분으로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한계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의 의정활동도 '북한'과 떼려야 뗄 수 없다. 19대 국회에서 북한 관련 결의안만 6건을 냈다.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이석기 전 의원을 북한의 지하조직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통진당 해산에 목소리를 높였다.

동고동락했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전향이라고 비판하지만 하 의원은 일관된 행보였다고 말한다. 남한 민주주의 인권운동을 하다 대상을 북한으로 바꿨을 뿐이라는 얘기다.

"학생운동을 할 때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소련과 동구가 무너지고 탈북자가 나오면서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을 알고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키워드②-정치개혁]

새누리당에서는 비박계(비박근혜계) 소장·개혁파로 '새누리당'답지 않은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 전면 특검 도입, 5·24 남북교류 중단 조치 해제 등 야당에서 할만한 주장을 쏟아냈다.

지난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로 같은 당 친박계(친박근혜계) 김진태 의원과도 대립각을 세웠다. 새누리당에 몸담고 있으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정체성을 의심받는 이유다.

"나는 좌우 이념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라는 말에서 그의 생각이 드러난다. 한때 진보가 영원한 진보가 아니고 한때 보수가 영원한 보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우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풀뿌리 우파로의 혁신"을 말했다. 우파 내부에서 수구적인 의견에 반대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 19대 국회 때 '미래연대(16대)→새정치 수요모임(17대)→민본21(18대)'에서 이어진 당내 소장파 모임 '아침소리' 간사를 맡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당내 스펙트럼 확장에 기여한다는 게 하 의원의 믿음이다. 그 끝에는 민주주의가 있다.

"좌파의 얘기가 옳으면 우파가 인정해주고 우파의 얘기가 옳을 땐 좌파가 인정해서 좌우 공감대를 넓히는 게 민주주의의 길이잖나." 그래서 하 의원의 국회 진출은 운동권 출신 진보진영 인사로 대표됐던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진화라면 진화다.

[키워드③-저격수]

거침없는 말솜씨는 여권 내 신흥 저격수로 떠오른 주무기다. 지난해 여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서울시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야권 대선잠룡 중 한 명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똥볼 원순"이라는 다소 거친 언사를 날린 게 대표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김정은 정권의 십상시 같은 역할을 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저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상대가 여권 인사라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소신발언으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19대 국회 임기 말이었던 지난 5월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를 앞장서 비판하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이정현 대표가 선출된 뒤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정현 대표 체제는 사실상 4개월"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데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는 '저격 본능'이 드러난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노동운동가 출신 야당 의원들이 즐비한 환경노동위원회에 여당 간사로 배치된 배경에 이런 전투력이 감안됐다는 평가다.

[이 한 장의 사진]

/사진제공=하태경 의원실.
자나깨나 북한 생각이다. 광복과 독립에서 민주화를 거쳐 통일과 북한인권 개선으로 흐르는 역사인식과 미래지향이 그를 떠받치는 토대다.

[요!주의]

민감한 얘기에 목소리를 내길 주저하지 않다 보니 '절친'이 많지 않다는 게 약점이다. 국회 상임위 간사로 활동하지만 당내 입지가 생각만큼 넓지 않은 것도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프로필]

△1968년 부산 출생 △반송초·반송중·브니엘고·서울대 물리학 학사·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중국 길림대 대학원 세계경제학 박사 △미 미시간 주립대·워싱턴 국제민주주의연구소 객원연구원 △열린북한방송 대표 △19·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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