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야의 힘겨루기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관람객들이 텅 빈 본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당초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자리에서 22일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야가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대립하면서 추경 심사도 지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 추경, 후 청문회'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은 전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을 반드시 청문회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사진=뉴스1 |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여야 정당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사이 가운데 낀 국민의당 마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20대 국회 첫 합의부터 파행을 일삼고 있단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종·택' 증인채택 놓고 3당 '동상이몽'
추경을 가로막고 있는 건 당초 23~25일로 예정됐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전 경제수석),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 핵심증인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각각 맡고 있는 박광온.전해철 더민주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경환 안종범이 없는 청문회는 진실없는 청문회"라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두 핵심증인 출석요구를 결코 받아줄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또 이같은 더민주의 요구를 추경을 빌미로 한 '흔들기'로 규정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있었던 더민주의 의총을 언급하며 "야당의 특정 강경세력은 추경과 민생에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에 대해서도 "협상이 제한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건 국민의당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경안 심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계속 진행하면서 증인채택 협상을 계속하자"는 절충안을 제안했다.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도 증인 중 최경환 의원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확보될 수 있다면 협상이 가능하다"고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하지만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같은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이 내놓은 중재안은 원인 규명없이 혈세를 넣자는 것"이라며 "여당과 같은 주장을 하는 모습에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두 야당의 공조전선에도 균열이 나타나는 형세다. 새누리당 역시 '한 명이라도 출석시키라'는 제안에도 난색을 보이고 있어 국민의당의 대안은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추경 주도권 싸움?…새누리·더민주 '절실함' 없어
3당이 추경 처리-청문회 실시에 합의를 해놓고도 결국 파행에 이른 건 결국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3당이 추경 처리-청문회 실시에 합의를 해놓고도 결국 파행에 이른 건 결국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추경의 경우 정부여당이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당이 조선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문제 등을 우려하며 추경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더불어민주당이 따라가는 형국이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추경을 통과시켜봐야 국민의당이 공을 내세울 게 뻔하다. 크게 빛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차라리 추경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동을 거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정부여당의 경우에는 야당의 추경 요구를 못이기는 채 받아준 상황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정부여당의 경우 추경을 먼저 언급할 경우 필요성에 대해 설득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며 "국민의당이 제안해준 건 '울고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비유했다. 즉 추경이 무산된다 해도 여당은 야당의 탓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예전의 추경 합의처럼 '절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기재부가 연일 불가 방침을 외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서는 '본예산에 합쳐 편성하면 된다'는 주장이 수시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추경이 국회에서 가로막힐 경우 비판도 새누리당과 더민주 두 당에 집중될 것이란 점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말로는 '민생추경'을 외치면서도 청와대 눈치를 보고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야당에서는 "5만명의 실업문제를 최 의원, 안 수석 두 사람 때문에 나 몰라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민주의 경우 국회의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배출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제출한 추경이 국회에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비난도 더민주를 향하게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내달 2일 정부의 본예산 국회제출 전에는 추경이 처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오는 26일은 여야 모두에게 심리적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이날 "추경 처리 데드라인을 26일로 볼 수 있다"며 "그 전까지 청문회는 증인채택만 의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8월 중에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추석 전 집행에 차질이 없다는 점은 여야 모두 인정하고 있다. 전날 여야3당 원내수석이 협상 끝에 "하루이틀 시간을 갖자"고 한 것도 이같은 일정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3"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4"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5與 유용원 "국방안보에 청춘 바쳐…31년 전문성으로 승부"
- 6[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7'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8'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 9北, 이란처럼 드론·미사일 섞어 보내면?…"공격 탐지·요격 가능"
- 10방사청, 기업 경영개선에 3000억 금융지원…K-방산 수출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