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은 됐지만…'정체성' 시한폭탄 짊어진 더민주

[the300]'노동자' 강령 살리기로…김종인 "과거에 집착하면 당이 미래로 못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2016.1.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 문구의 강령 삭제로 촉발된 정체성 문제를 일단락했다. 하지만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과거에 대한 집착"이라고 비판하는 등 완전한 봉합은 이뤄지지 않았다. 주류와 비주류 간 불안한 동거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17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고 강령·정강정책 전문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기존 구절을 '노동자, 농어민, 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로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수정된 강령은 오는 2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당초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강령·정책분과위원회는 기존 강령의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향상' 문구를 ‘시민의 권리향상’으로 수정한 초안을 마련했던 바 있다. 사실상 '노동자' 문구를 삭제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내 주류 및 당권주자들이 "정체성의 훼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었다. 강령·정책분과위가 '시민'에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반발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정체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비대위에서 강령·정책분과위의 정식보고가 이뤄졌고 결국 비대위는 '노동자' 외에도 '농어민', '소상공인' 등까지 강령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상호 원내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 비대위원 대다수는 반대 여론을 고려해 '노동자' 문구를 삭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김종인 대표 등도 이를 받아들였다.

'노동자' 문구 분만 아니라 강령·정책분과위가 삭제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도 그대로 강령에 살리기로 했다. 해당 문구의 삭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부터 지속된 '햇볕정책'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경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강령·정책분과위에 지침을 준 과정은 없기 때문에 당 지도부는 (정체성 논란에 대해) 오히려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며 "(사전에) 한 번도 당지도부에 보고하거나 의논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는 당내 갈등을 일단락 지을 수 있게 됐지만 정체성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평가다. 당권 주자들이 모두 '선명한 정체성'을 내세우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당내 노선투쟁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와 같은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도 남아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6.8.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의 '우클릭'을 주도해온 김종인 대표만 봐도 그동안 "정체성을 바꾸지 못하면 집권할 수 없다"고 당 주류를 향해 외쳐왔다. 김 대표는 이날 비대위에서 특별한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체성 논란에 불쾌한 기색은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비대위 중간 기자들과 만나서는 "옛날에도 그렇게 있었다는데 뭘"이라며 '노동자' 문구를 남기는 것을 시사했지만, 비대위 회의에서는 "더민주가 그동안 노동자에게 해준 게 뭐가 있나"라고 말하는 등 정체성 논란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강령에 모든 계층을 다 언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이후에는 작심하고 주류를 향해 일침을 놨다. 그는 기자들에게 "무슨 정체성을 훼손했나"라며 "당이 과거에 집착해서는 미래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냥 시비거리를 만드는데, 일일이 신경쓸 수 없다"며 "그런 것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주류 역시 김 대표와 비슷한 입장으로 파악된다.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비대위에서 확정된 것도 아니고 해당 분과위에서만 논의한 것을 가지고 일을 키운 사람들이 문제"라며 "(논란이 된 문구를) 넣거나 안 넣거나 똑같은 것인데 아무 것도 아닌 일 가지고 문제를 키웠다"고 주류측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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