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으로 본 한국 정치

  |  세계의 이목을 끄는 2016년 미국 대선. the300 기자들이 미 대선을 통해 2017년 대선 등 한국 정치를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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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이정현, 이재명이 뜨는 이유

[the300][美 대선으로 본 한국정치]⑥기존질서 붕괴, 비주류 미디어정치인 약진

편집자주  |  세계의 이목을 끄는 2016년 미국 대선. the300 기자들이 미 대선을 통해 2017년 대선 등 한국 정치를 전망합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이 전 대통령과 면담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6.8.12/뉴스1

이단아, 괴짜, 비주류, 아웃사이더의 정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미국 정치를 흔들면서 이런 의문이 커졌다. 트럼프는 올해 대선 경선 결과 워싱턴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백악관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

8월 한국 정치판에도 비주류 아웃사이더의 인생 역전 사건이 일어났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예상을 뒤집고 새누리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 대표 당선은 친박(친박근혜)의 여당 재장악이란 의미가 가장 크긴 하지만 '영남당'에서 호남·하급 당직자 출신 비주류의 1인자 등극이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도 무시할 수 없다.

주류 엘리트 꺾은 이방인 "반란의 시대"

트럼프와 이 대표는 주류 엘리트들의 멸시 섞인 시선을 받다가 어느새 그들의 콧대를 꺾어버렸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보인 테드 크루즈와도 격차가 컸다. 부시 가문의 젭 부시는 일찌감치 나가 떨어졌다. 특히 젭 부시의 굴욕과 트럼프의 승승장구는 미국 정치에서 비주류가 주류 엘리트를 압도한 상징적 장면이다.

이정현 대표 앞에서는 5선의 이주영, 4선 주호영 의원이 무릎을 꿇었다. 이들 두 경쟁자 모두 영남 출신으로, 사법고시 합격에 판사 경력을 갖고 정치를 시작했다. 이 대표와 비교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게 너무나 뚜렷한 경쟁자들이다.

트럼프와 이 대표가 이변의 주인공이 된 비결이 뭘까. 우선 기존 정치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국민이 여기에 상당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자신의 책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에서 미국엔 히스패닉과 흑인을 포함한 다인종 세력으로 주류가 바뀌고 있으며 기존의 백인 중심 보수주의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중하층 백인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위대한 미국' 따위의 구호는 바로 이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또한 '먹고살기'의 팍팍함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이를 해결할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극한의 혐오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정치질서를 누려온 주류 엘리트들이 내놓는 메시지가 더이상 국민들에게 통하기 어렵다. 안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보수든 진보든 지금을 아웃사이더 반란의 시대라 규정하면 이정현 대표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Republican U.S.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miles as he speaks at the start of a campaign victory party after rival candidate Senator Ted Cruz dropped after the race for the Republican presidential nomination, at Trump Tower in Manhattan, New York, U.S., May 3, 2016. REUTERS/
미디어로 대중과 직접 소통 "단순, 뚜렷한 메시지" 

미디어를 통해 선명한 메시지를 낼 수 있는 미디어정치 능력은 이런 국면에서 엄청난 경쟁력이다. 트럼프는 정치인이 되기 전 부동산 사업가 시절부터 TV와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잘 다루는 인물이었다.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무시무시한 멘트로 잘 알려진 프로그램 진행자였다.

이정현 대표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호남에서 연속 재선에 성공한 모습 자체가 사건이었다. 2014년 보궐선거, 지난 4·13 총선에도 그의 선거운동과 당선 소식은 전국적 뉴스였다. 그 자신이 언론 담당 업무에 특화돼 뉴스와 미디어의 속성을 잘 이해한다.

즉 트럼프·이정현 두 사람의 약진은 엘리트정치, 기성정치의 몰락을 보여주는 동시에 들끓는 국민 요구에 맞는 메시지를 내는 인물이면 누구든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국내정치에서 그런 인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지닌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이 꼽힌다.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했던 김용태 의원도 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정치에 대한 갈증을 기존 정치권이 풀어주지 못하는 가운데 '장외인사'라는 또다른 의미의 아웃사이더로 각광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은 기존 정치질서나 경험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구도와 인물로 채워질 수 있다. 이 같은 '도전'에 제대로 '응전'하지 못하는 기존 주자들은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 전반에 불만이 있는 상황에서, 단순하지만 뚜렷하고 진정성이 담긴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이 주목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병진 교수는 다만 "아웃사이더 후보는 정치가 타협의 예술이란 걸 균형 있게 인식하지 않으면 절대적 진리화로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치 트럼프의 막말 행진처럼, 정치적 성공 덕에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가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7월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조사활동 보장을 위한 단식농성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는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16.7.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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