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여론 업은 야당 압박에 당정청 '누진제 두 손'

[the300]'폭탄' 전기요금·과도한 누진 배율에 여론 갈수록 악화, "4시간만 틀면…" 산업부 반박 '기름에 불'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역 주변에 전기 요금 누진제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산업용 전기의 판매단가는 킬로와트(㎾h)당 107.4원이지만 가정용은 1~6구간에 따라 ㎾h당 60.7원~709.5원으로 많이 사용한 가구가 요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 1구간과 6구간의 요금 차이가 11.7배나 달해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 전기요금이 두려워 에어컨을 제대로 켤 수 없는 시민들은 누진세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을 완화시키는 법안을 검토중이다. 2016.8.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결국 여름철 ‘폭탄’ 전기요금을 야기하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대책을 내놓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누진제 완화 대책 요청에 "당과 잘 협의해 조만간 방안을 국민들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전만 하더라도 가정용 전기 요금이 원가보다 싸게 공급되고 있고 누진제 완화가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 감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버티던 정부가 돌연 백기투항한 셈이다.

◇폭염에 여론 악화, 야당 발빠른 대응도 한몫=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급선회한 주된 동인은 우선 유례없는 폭염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7월 22일부터 이날까지 열대야 현상만 무려 18일 발생했다. 열대야가 없던 날은 7월29일(아침 최저기온 23.4도)과 8월3일(24.0도) 등 이틀 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수가 5일에 머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여름 더위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폭염에 에어컨을 오랫동안 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자연스레 ‘폭탄 전기요금’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확산됐다. 

여론의 흐름을 일찌감치 읽고 발빠르게 대응한 야당의 공세도 한몫했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주요 3당 가운데 가장 먼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하는 내용의 자체 전력정책 개선안을 발표했다. 누진구간 1단계와 2단계를 통합해 1단계의 요금을 적용하고, 3단계와 4단계를 통합해 3단계 요금을 적용하는 안이다. 국민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10일 “전기요금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전기와 통신 요금 개편을 더민주의 핵심(정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누진제 대한 비판과 보완 입법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지난 1일 누진단계를 3단계로 간소화하고 누진배율을 2배로 낮추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여당 소속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누진배율을 1.4배까지 낮추는 법안을 내놨다. 수도권 3선인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별도의 자료를 내고 누진배율을 3배 이내로 줄이자고 제안했고, 같은 당 서울 지역 3선 김성태 의원도 전날 전기요금 누진제가 에너지 소외계층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박 나선 산업부, 되레 '기름에 불'= 누진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9일 완화 논리를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되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산업부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에서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이하로 틀면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안내하자, 폭염 속 국민들의 우려와 하소연을 '비합리적 소비'로 몰고 간다며 민심은 더 들끓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머뭇거리던 여당도 돌아서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전당대회를 통해 취임한 이정현 대표가 전날 누진제 완화 문제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고, 이날 아침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부로부터 설명을 들은 뒤 단기, 중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지낸 친박 핵심 인사라는 점도 정부의 방향 선회를 끌어내는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새누리당 비박계 중진 의원은 “청와대가 친박 핵심인 이정현 대표에 대한 ‘선물 보따리’로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 “이 대표가 요청을 하고 박 대통령이 화답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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