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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의 핵심공간인 경기청년문화창작소의 외부 모습. |
지난달 29일 찾은 옛 서울대 농생대 수원캠퍼스의 외형은 상아색 옷을 입은 전형적인 학교 건물 모습이었다. 캠퍼스 안 나무들은 울창하게 숲을 이뤄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됐다. 마치 어제 새로 지은 건물처럼 바닥은 얼굴이 비칠듯이 깨끗했고 수업을 듣는 딱딱한 강의실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확 트인 공간엔 커피숍이, 다른 한쪽 공간엔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입힌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어 누구든 와서 쉬었다갈 수 있는 ‘쉼터’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딱딱한 서울대 농생대 농원예학관은 지난 6월 ‘경기청년문화장착소’로 이름을 바꾸고 청년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경기청년문화창작소는 콘텐츠 하나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보겠다는 패기 찬 젊은이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총면적 3696㎡(1만2000평)으로 이뤄진 이 건물의 핵심은 3층이다. 청년들이 약 10평~20평 남짓한 자신만의 공간 8개에서 저마다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현실화 시키고 있다.
문화창작소에서 공간 제공만 할 뿐 어떻게 쓸 지는 모두 이들의 몫이다. 사업아이디어도 각양각색이다. 3D 프린팅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재료, 보드게임 등을 만들고 있는 하석호씨(26·대학생)는 이 공간에 청소년들과 함께 공부할 책상, 3D 프린터 2대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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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허강영씨는 매일 문화창작소로 출근해 ‘갤러리와 커피’라는 주제로 새로운 커피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
바로 옆집에는 영국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던 허강영씨(28·대학생)가 ‘갤러리와 커피’라는 주제로 새로운 커피 브랜드를 개발 중이다. 사무실 안에는 미술 전공자들이 직접 전시한 자신들의 작품과 커피를 만드는 공간을 배치했다.
사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아이디어는 있어도 직접 사업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공간의 부재’를 꼽았다. 허씨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도 사무실을 내는 비용 등 기본적으로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나만의 공간이 확보된다는 것 자체가 일단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이 공간은 올해까지는 시범 운영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공모를 통해 30팀을 선정,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 계단 내려간 2층에는 청년들의 지식을 충전하는 곳으로 꾸며졌다. 문이 없이 뚫려있는 오픈 강의실, 커다란 싱크대가 놓여있는 주방, 개성있는 소파들이 놓여있는 도서관이 배치됐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재활용됐다. 서울대 농생대 학생들이 남기고 떠난 의자와 책상, 주변에 버려진 나무조각들은 훌륭한 가구로 재탄생했다. 문고리가 그대로 달린 식탁, 선반과 낮은 책장을 연결해 만든 책장 등이 눈에 띈다. 문화창작소 전체를 재단장하는 데 들인 돈은 약 20억원이었다.
문화창작소 관계자는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면 수백억원 이상의 돈이 들었겠지만 재활용과 최소한의 리모델링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우리만의 개성을 지닌 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도 진행 중이다. '다사리문화기획학교'라고 이름 붙여진 이 교육과정에는 현재 2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한해 두번 교육과정이 진행된다.
다사리학교는 일반적으로 문화행사를 관리하는 행정가를 양성하는 것에서 벗어나 실제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교육을 추구한다. 최근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서울시의 '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한 전기호씨도 주요 강연자로 나선다.
문화창작소는 청년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누구나에게 열려있다. 경기생활문화센터인 1층에는 어린이 놀이방, 중장년층과 함께하는 수공예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상상캠퍼스를 총괄하고 있는 강원재 예술감독은 "상상캠퍼스의 기본 방향은 자기만의 콘텐츠를 통해 전에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創職)"이라며 "청년들이 문화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원=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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