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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속도전을 내세웠지만 '진단 따로 처방 따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경안의 뚜껑을 열어보니 일자리를 늘릴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도 세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번 추경안은 2000년 이후 실시된 14차례의 추경 중 4번째로 큰 규모지만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에 편성한 예산은 1조9000억원에 그친다. 그나마 민생안정 예산을 뺀 일자리 예산은 7000억원으로 전체 11조원 예산의 6.4%에 불과하다.

'일자리 추경'을 강조하며 조선·해운산업의 위기와 대량실업 사태 우려에 따른 선제 대응을 내세운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대량실업을 눈앞에 둔 조선업 종사자들의 고용유지 지원 명목으로 2000억원, 청년 맞춤형 일자리 확충 용도로 4000억원,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확대 항목으로 1000억원이 배정됐다.

더 큰 문제는 기존 고용을 유지하는 것 외에 일자리를 늘릴 만한 내용의 예산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370억원이 배정된 조선업 밀집지역 일자리 공모사업과 취약계층 맞춤형 일자리 확대 방안이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가 내세운 신규창출 일자리 6만8000개 중 노인 일자리 2만개와 산림병충해 방지·숲가꾸기 사업 일자리 5700개 등 상당수가 생산성 제고와는 먼 4개월까지 한시적 공공근로다.

정부가 한달 새 추경안을 급조하면서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급급해 '짜맞추기 예산'을 내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청년일자리 관련 예산도 심각한 수준이다. 청년 맞춤형 일자리 예산 4000억원은 창업기업자금 융자 3000억원과 아이디어사업화 지원 223억원 등 대부분 창업 지원에 투입된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고민은 부족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올 6월 국내 청년실업률은 10.3%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불분명한 생색내기 예산도 적잖다. 취업상담, 직업훈련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 저소득층이나 청년의 취업을 돕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추경에서 이 사업의 예산을 628억원 늘렸다가 추경 증액분보다 많은 642억원을 쓰지 못하고 남겼지만 이번 추경에서 다시 358억원을 증액할 계획이다.

2016년도예산안 심사 당시 집행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11억원이 감액됐던 해외취업 지원사업이 이번 추경안(26억원 증액)에 담긴 것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철저하게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추경을 정부가 원하는 대로 8월12일에 처리하든 8월말에 처리하든 실제 집행은 9월"이라며 "빨리보단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