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교수 "학교는 학벌경쟁의 정점, 차라리 다니지 마라"

[the300]더민주 사교육대책 TF 특별강연 및 좌담회

지영호 기자 | 입력 : 2016.07.06 14:20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교육비 절감 태스크포스(TF) 발족식에서 노웅래 위원장과 자료를 보고 있다. 2016.5.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시모집 구술고사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이들은 서울대의 구술고사의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나 사교육을 유발시키고 있어 2017학년도 수시모집부터 구술고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6.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험공부를 그만두라. 학교 교육은 학벌경쟁의 정점에 있다. 가능하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학벌사회'의 저자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사교육대책TF가 주최한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길' 강연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공교육의 붕괴로 학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양을 쌓기보다 무한경쟁사회로 학생들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보다 인간답게 살기위해선 학벌주의에 매몰되기보다 자아실현을 위한 삶을 설계하는 것이 보다 가치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대학의 평준화만이 학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모든 대학을 한꺼번에 평준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립대학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제안은 서울대학교를 포함해 모든 국립대학이 공동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수험생들에게 대학과 학과를 1~3지망까지 지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지원자가 정원보다 많을 때는 추첨에 의해 선발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국립대학 교수들은 대학의 가족적 공동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학생들 역시 교수의 추천과 동의에 따라 다른 대학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도 학벌을 조장하는 제도와 관행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입사원서에 학력란을 없애는 것(필요한 증명서류는 입사 후에 받아도 늦지 않다)이라든지, 학벌에 따른 가산점 부여를 금지한다든지, 아니면 지역별로 고르게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기업에 세제상의 혜택을 준다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학벌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에 대해 특히 과감한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학생들을 향해 "SKY대학에 들어간다고 인생이 한 순간에 낙원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인생의 참된 보람과 가치가 학벌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서열화된 대학과 달리 교수들은 평준화돼 있기 때문에 전공분야에서 마음에 드는 교수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이어 "시험공부를 그만두는 것이 바보가 되지 않는 길"이라며 "책을 가까이해야 한다. 이를테면 영어 문제집을 풀지 말고 영어로 된 책을 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을 향해선 "너도 하면 된다고 학생들을 기만하지 말라. 처음부터 절대대수가 패배하는 정해진 게임이 입시경쟁"이라며 "학벌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학생들에게 말해달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 지도 감독 등 학생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는 모든 관행에 저항하라"며 "언제라도 학교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교단에 서야 한다. 얽매이면 공명정대하게 행위하기 어렵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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