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모든 조치 시행"

박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브렉시트에 대해 "시장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시행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진 만큼 범정부 차원의 위기대응체제를 물샐틈 없이 유지해야겠다"며 "글로벌 시장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국제공조도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브렉시트에 대응해 검토 중인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은 크게 △외환시장 개입 △주식시장 공매도 금지 △증시안정 공동펀드 조성 △한미·한일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등이다. 실물경제 분야에선 한·영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도 논의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긴급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포함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붕괴가 우려될 경우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증권사 사장단과 브렉시트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상황 악화 시 증권유관기관 공동펀드 조성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0년 2월 계약이 종료됐다. 일본과는 2001년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뒤 한때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늘렸으나 한일 관계 악화로 2012년 이후 규모를 줄여오다 지난해 2월 협정을 종료했다.

박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경기보완을 위한 거시경제 정책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재정 등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흐름을 보완하고 어려운 고용여건 속에서도 일자리 여건을 확충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세밀하게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재정'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추경 편성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통화정책 역시 '거시경제 정책'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北 옹호세력 막아야"

안보와 관련, 박 대통령은 고강도 대북압박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이를 막으려는 우리와 국제사회의 의지가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종북세력'에 대해서도 모처럼 강경 메시지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월남(베트남)이 패망했을 때에도 내부의 분열과 무관심이 큰 원인이었다"며 "지금 우리의 분열을 꾀하며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면서 이것을 단순한 위협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언제든지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안보 불감증'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분열을 꾀하며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는 "특정인이나 특정단체를 염두에 뒀다기 보다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도발적 행태에 따른 상황의 엄중성을 국민들이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내 북한식당을 집단탈북한 여성 종업원 12명의 자진 입국 여부를 가리자며 인신보호 구제 절차를 신청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민변은 북한 종업원들에 대한 변호인 접견 및 법원 출석 방해를 이유로 이병호 국정원장을 고발했다.

한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네팔 현지에서 올린 '대한민국의 자주국방을 생각합니다' 제하의 페이스북 글에서 우리 군에 대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에 맡겨놓고 미군에 의존해야만 하는 약한 군대"란 표현을 썼다. 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7일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때 국군 통수권자가 되겠다고 나섰던 분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한마디 비판도 없이 우리 군대만 비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회의는 4월18일 이후 2개월여만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2주에 한번씩 월요일 오전 수석회의를 주재했으나 최근 약 두달간은 해외순방 일정 등으로 인해 회의를 주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