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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진=뉴스1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전화통화에서 "관련 유엔 총회 결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그에 대해 말씀드릴 사항은 없다는 게 외교부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유엔 사무총장은 퇴임 직후 어떠한 정부 직위를 맡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관련 부서에서 검토를 진행했으나 해석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낙 해석의 여지가 큰데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특정 해석을 공식화할 경우 논란을 키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946년 1월24일 제1차 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Terms of Appointment of the secretary general)' 4-(b)항은 "사무총장의 경우 많은 회원국의 기밀을 취득하기에 어떤 회원국도 퇴임 직후 정부 직위를 제안해서는 안 되며, 사무총장 자신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Because a Secretary-General is a confident of many government, it is desirable that no Member should offer him, at any rate immediately on retirement, any governmetal position in which his confidential information might be a source of embarassment to other Members, and on his part a Secretary-General should refrain from accepting any such position.)

주요 쟁점은 이 약정서의 구속력과 '퇴임 직후'(immediately on retirement)의 해석 여부로 요약된다. 반 총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통령 임기가 2월25일부터란 점을 감안할 때 사무총장 퇴임 후 15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이것을 직후로 볼 수 있을지 해석이 엇갈린다. 총회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과 달리 구속력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인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국립외교원 교수)는 "각종 쟁점을 종합해 봤을 때 반기문 총장이 퇴임 후 내년 대선에 출마하면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이 결의안은 기본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안보리 결의는 구속력이 있는 반면 총회 결의는 사무총장 등 내부 직원이 아닌 '회원국'에게 대외적 구속력을 갖기 어렵다"며 "또한 'shall'이 아닌 'should'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도덕적 구속력은 있을지언정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 결의안 취지가 기밀을 다룬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행위를 한동안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임 사무총장 선례와 국내 케이스 등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해석에 따라 1년3개월 후 대통령을 맡는다는 것이 옳지 않다는 해석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임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정부 주요직책을 맡은 전례가 있지만 퇴임 후 상당기간이 지난 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 사무총장인 노르웨이 트뤼그베 리는 사무총장 퇴임 후 11년이 지나 산업부 장관과 통상 장관을 맡았고 4대 사무총장을 지낸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후 5년 뒤 대통령에 선출됐다. 5대 사무총장인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케야르는 사무총장을 마치고 9년 뒤 국무총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