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의 잠룡들…낮은자세 文, 새판주문 孫, 수성나선 安

[the300]文, 김종인과 한 달만에 재회했지만 냉랭한 분위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5·18구묘역에서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념비를 바라보고 있다.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이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광주광역시에 모인 야권 잠룡들이 호남민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몸을 낮췄고,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새판'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당의 안철수 공동대표는 새누리당과의 연합정부 가능성을 일축하며 텃밭 수성에 공을 들였다.

문 전 대표는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그는 행사장에 들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인사를 짧게 나누기도 했다.

김 대표와의 접촉은 그게 끝이었다. 문 전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후에도 김 대표와 함께 구묘역 참배 일정을 가졌지만 대화를 나누거나 나란히 걷는 모습을 단 한 번도 연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김 대표와 회동한 이후 전당대회 개최를 놓고 진실게임을 한 여파 때문인지 분위기가 냉랭했다.

문 전 대표는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던 추미애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경수 당선인 등과 함께 움직였고 김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참배를 진행했다.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에서 김 대표의 바로 뒤편에 문 전 대표가 참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그냥 지나쳐 보냈다.

이같은 모습은 문 전 대표가 이번 광주행의 콘셉트를 '조용한 방문'으로 잡은 영향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그는 조용히 낮은 자세로 호남의 '반문정서'를 바꾸는 것을 의도한 듯 일체의 발언을 자제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5·18 전야제에서도 더민주 당선인들과 접촉을 최소화했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5·18 민주묘지에서 차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에게 "지도부가 있기 때문에…"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내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학규 전 고문은 공식기념식이 끝난 직후 5·18 민주묘지에 도착해 손학규계 인사들과 따로 참배를 진행했다. 더민주 비주류 최대계파로 부상한 손학규계의 위상을 보여주듯, 수백명의 인파가 손 전 고문을 따랐다.

그는 이날 거듭 '새판짜기'를 주문했다. 전남 강진에서 칩거를 하며 정계은퇴 상황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계 개편과 자신의 정계 복귀를 염두해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4·19혁명 기념일 당시에도 측근들에게 "새판짜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18의 뜻은 분노와 심판, 또한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다. 지금 국민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광주의 5월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새판짜기의 의미와 자신에 대한 역할론을 묻는 질문에는 모두 즉답을 피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 후 추모탑에 분향하고 있다. 2016.5.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철수 대표는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수성'에 나섰다. 그는 이날 5·18 기념식에 앞서 가진 지역언론사 대표들과 조찬간담회에서 "새누리당과의 연정(연합정부)은 없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도 일축했다. 

4·13 총선 이후 국민의당 안팎에서 제기된 연정론에 대해 안 대표가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선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호남을 석권했지만 연정론이 불거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는 다만 새누리당에서 합리적인 성향의 인사가 온다면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대표는 광주에 이어 전남 고흥의 국립소록도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 때 편가르고 정치공학적으로 뭔가를 더 얻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정당을 만들 때부터 개혁적 보수, 합리적 진보와 함께 합리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뽑는 전국위원회가 무산되는 등 친박계(친박근혜계)와 비박계(비박근혜계)간 내홍이 확산된 상황에서 외연 확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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