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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개막식 행사장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2015.1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선 전 '심리적 분당 상태'가 총선 후 '정치적 아노미 상태'로 악화되고 있다. 친박(친 박근혜)이든 비박(비 박근혜)이든 구심점을 잃은 새누리당의 현 주소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입을 모으지만 변화의 의지도 의욕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대선주자 후보군을 상실한 탓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새누리당 내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대선주자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반기문 총장과 손잡는 세력이 새누리당은 물론 정계개편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셈법에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해 그와 관련한 갖가지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전망이다.
◇친박, 반기문 내세워 '충청정권' 꿈?
최근엔 이 구도가 다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4·13 총선에서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우위를 장담하기 힘들어졌고 TK(대구경북) 지역 역시 절대적 지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살아남아 미래권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을 내세울 친박 세력들을 외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자 반 총장을 앞세운 충청권에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영남 일부를 포함해 호남 세력에 손을 내미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DJP 연합'처럼 충청과 호남을 기반으로 정권을 잡는 구상이다. 최근 청와대와 친박계의 암묵적 지원 속에 충청권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는 "새누리당은 이제 JP(김종필)당"이라는 볼 멘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충청권 친박 의원들이 대선을 염두에 둔 물밑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호남 중진급 정치인을 대상으로 "충청권과 손을 잡고 정권을 잡자"며 새누리당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건넸다는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총선 참패로 '반기문+친박' 구도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박 대통령과 친박을 버렸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인 상황에서 반 총장이 친박의 '바지사장' 역할을 할 리 만무하다는 분석에서다.
반 총장과 접촉해온 친박 핵심그룹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일부 친박 핵심 인사들이 반 총장의 대선후보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썩 긍정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반 총장이 '사인'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유엔사무총장 임기가 올해 끝나고 하반기에는 대선주자 윤곽이 드러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쯤에는 사인이 오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저쪽(반 총장)에서 전혀 그런 사인이 없어서 친박 핵심들도 반 총장을 내세운 대선 시나리오에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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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울 중구 김종필 전총리 자택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6.5.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무성 대신 반기문? 비박계도 관심
거꾸로 반 총장에 대해 비박계의 관심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비박계의 신망을 잃으면서 김무성계로 분류되던 비박계 일부 인사들이 중심에 서있다. 일례로 비박계면서 충청권인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후 친박계와 각을 세우는 전면에 나서는 동시에 반 총장에 대한 우호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홍 의원은 공천과정에서도 사실상 비박계 공천학살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면서 비박계에서 무게감이 커졌다. 여기에 수도권 비박 인사들이 호응을 하고 있다.
또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호남 지역 인사들과도 손을 잡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친박 새누리당'을 영남당으로 몰아가는 구도를 내다보는 모습이다.
비박계에서 반 총장에 관심을 두는 데는 새로운 구심점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박계와의 결별, 나아가 새누리당의 분열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낙천, 낙선 인사들은 물론 당선 인사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결코 변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이대로는 정권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비박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당 쇄신 움직임이 전혀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의 동력을 외부에서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선거 직후에만 해도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문제로 노선 투쟁이 강화될 것으로 보였는데 최근에는 전당대회든 뭐든 그냥 연말까지 이렇게 흐지부지 흘러갈 것이란 패배감이 강해졌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새누리당은 안된다는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와해 수준인 친이계에선 아예 새누리당 바깥에서 새로운 세력화를 도모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새누리당 인사는 "친이계 인사들이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회동해 이 같은 결심을 했다고 한다"며 "MB는 더이상 박 대통령과는 같이 갈 수 없다. 나는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선거 후 일부 인사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 정두언 의원 등 옛 친이계 인사들이 이미 '제3의 정치결사체' 조직을 위해 물밑에서 움직여왔고 올 연말과 내년 연초 본격적으로 정계재편에 뛰어들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친이계 대다수가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세력화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들이 반 총장을 구심점으로 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합리적 개혁 세력이란 공통분모로 국민의당과 손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일부 비박계 인사들이 선거 전부터 국민의당과 교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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