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국감 끝나야 '큰 장'…보좌진이 의정활동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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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 기자 | 입력 : 2016.05.07 09:17
국민의당 초선 당선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초선 당선자 정책역량 강화 집중 워크샵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국민의당은 '일하는 국회, 공부하는 국회'를 내걸고 제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두 달 동안 '정책역량 강화 집중 워크숍’을 개최한다. 2016.5.3/뉴스1
#. "국정감사 끝나고 어차피 시장이 크게 열릴거야. 국회 경험 없는 캠프에서 함께 하던 사람들 데리고 국정감사하면 성과가 날까? 그리고 국감까지 못 버티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항상 많았지. 결국 진짜 시장은 연말에 열릴거야. 그 때 되면 새로운 의원들에 대한 소문들도 돌겠지. 그 때봐서 이동하면 될꺼야"(국회 의원실 10년차 A보좌관)

5월은 여의도에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규모의 '짝궁찾기' 시즌이다. 새로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빛내줄 보좌진들을 찾고있고, 낙선한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새 직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4년마다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일부 베테랑 보좌진들은 느긋하다. 어차피 진짜 '장'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연말에 다시 열리기 때문이다. 왜 이들은 국회 의원실이 처음 구성될 지금이 아닌 연말을 기다리는 걸까.

선거라는 것이 후보들에게는 인간적인 측면에서는 빚잔치와 다른 말이 아니니 여러방면에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 선거캠프에서 뛰었던 사람부터 지역내 유력인사들, 열성 지지자들까지 당선되고 나면 모두가 빚쟁이로 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들이 선거에서 이겼다고 돈을 막 뿌릴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권개입이나 청탁은 언감생심이다. 선거 때 도와달라 그렇게 말했지만 당선된 후엔 감사인사는 그저 말뿐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이들에게도 합법적인 논공행상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총 9명을 뽑을 수 있는 자신의 직원이다.

문제는 모든 보좌진들을 의원의 맘대로 뽑을 수 있는지 여부다. 헌법 기관인 의원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적어도 초선 의원들, 특히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는 보좌진 자리 중 몇 개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뽑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6월이 지나고 국회가 열리면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20대 국회 초반에 이름을 날리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선수가 높을수록 인지도도 높고 상대적으로 의정활동에 노하우가 많겠지만 초선 의원들은 상황이 다르다.

의원이 직접적인 의정활동의 경험이 없다는 것은 사실은 레이스 초반엔 매우 불리하다. 지역구에 상주해야 할 일부 직원들까지 제외하고 나면 실제로 의원회관에 둘 수 있는 인력이 많지도 않다. 남은 자리마저도 어쩔수 없는 논공행상의 자리로 이용해 버린다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초선의원 첫 국정감사를 망처버릴수도 있다.

대체로 초선의원들의 상당수는 선거캠프에 활동했던 사람들을 보좌진으로 채용한다. 선거캠프에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야 말로 가장 측근이고 이들 역시 당선 후 의원실 근무를 염두한 경우가 많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의원 입장에서도 선거캠프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니 팀웍도 좋을 것이다. 

초선 의원들에게는 경험 많은 보좌진 한명만 잘 뽑아도 의정활동에 반은 성공이다.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국회안에서의 독특한 문화는 외부인들이 알기 어렵다. 예컨대 국정감사나 상임위활동 외에도 정무적 감각, 정보력의 차이 등 여의도 바닥에서 오래 버틴 보좌진들의 경험은 의정활동에 중요한 배경이 뒷받침이 될 수 있다.

그간의 국회선 논공행상도 좋지만 선거 때 진 무형의 빚에 못 이겨 제대로 된 사람을 뽑지 못하거나 자칫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해 의정활동 동안 구설수에 오르는 의원들의 사례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 정당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의원들이 원하지도 않고, 자신과 맞지도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당에서 '밀어넣는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쉽진 않겠지만 초선의원들이 제대로 된 보좌진을 구성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정책역량을 강화시키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까. 정치권이 한번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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