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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헌 확인 공개변론'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하고 있다. 2015.12.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개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계기로 법개정이 추진될지 주목된다. 사회 전반의 청렴성 제고라는 법 취지를 훼손하게 된다는 부담과 경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법의 근본틀을 흔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정이 여의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9월 이전에 나올 예정이지만 심판 청구가 법의 적용 대상과 부정청탁의 개념 등에 한정돼 있어 결정이 나오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국회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날 언론사 편집국장단 오찬에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 스스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김영란법 처리를 수차레 촉구했었다는 점에서 시행을 앞두고 개정을 거론한 것 자체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당초 국회에 발의됐던 김영란법 원안(정부안)은 △공직자의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방지 △공직자 직무수행에 있어 이해충돌 방지 등 세 부분으로 돼 있고 이중 금품수수와 부정청탁 부분만 법제화가 됐다. 박 대통령이 내수 위축 등을 우려한 부분은 금품수수 금지와 관련이 있다. 이 조항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한 차례에 100만원 또는 1년에 누적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형사처벌, 이 금액 미만이면 과태료를 물게 했다. 사회통념을 감안해 처벌이 면제되는 금품 등의 금액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하게 했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기준을 포함한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처벌 면제는 공무원 행동강령상 기준인 선물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보다 약간 높은 5만~7만원선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수준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골프나 접대 자리는 물론 각종 명절 선물들도 처벌 범위에 들어가게 된다. 5만원 이상의 선물 세트가 주종을 이루고, 한우 선물 세트의 경우 90% 이상이 10만원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내수가 위축되고 농어촌 주민들의 생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 영향을 우려한 것도 이 대목이다. 국회에도 김영란법이 통과된 지난해 3월 직후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돼 있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중심이돼 발의한 개정안은 법 적용대상에서 농림·축산·어업 활동으로 생산된 생산품과 그 가공품을 제외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같은 우려에도 김영란법의 개정은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제고라는 김영란법 제정의 명분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김영란법 국회 심의 막바지에도 경제 악영향을 비롯한 각종 우려가 제기됐지만 처리를 촉구하는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이겨내지 못했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전날 박 대통령의 개정 필요성 발언에 대해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고 비판하는 등 야권을 중심으로 김영란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류가 여전하다.

무엇보다 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개정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여의치 않다는 게 근본적인 고민이다. 경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직무연관성이 있는 경우만 처벌을 한다든가 금액 기준을 크게 높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법안이 사실상 껍데기가 될 우려가 있다. 김영란법 논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제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한 두 조문을 바꿔선 안되고 전체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시행일인 9월28일 전에 김영란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청구 내용이 언론인과 사립교직원의 법 적용 대상 포함 여부, 부정청탁의 모호한 개념 등에 대한 것이어서 경제 영향을 해소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더라도 법 전체가 아닌 해당 조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제 타격을 감안해 법 시행을 더 유예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대안이 마땅찮은 가운데 무장적 시행을 미루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행령에서 선물의 금액 제한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서 "20대 국회에서 논의는 할 수 있겠지만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