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천정배 "실질적 제1야당…연대조건은 패권청산"

[the300]'호남 고립론' 경계…"새누리당 내 합리적 보수와도 손잡을 수 있어"

천정배 국민의당 광주 서구을 후보가 14일 새벽 전남 광주시 서구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지지자들로 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2016.4.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질적인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국민의당이야말로 전국 확장성이 있는 정당이라는 게 드러났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얼굴에는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가시밭을 지나 다시 대장정의 길에 올라선 이의 막연한 두려움도 엿보였다. 4·13 총선 개표가 막 끝난 14일 새벽 광주광역시 선거사무소에서 천 대표를 단독으로 만났다.

천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새누리당 내의 합리적인 보수세력까지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를 말하려면 먼저 더민주가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서도 "선거 막판 호남을 두차례 방문해 무릎을 꿇었지만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패권주의적 태도를 반복했다"며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야권 대선주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 전석을 포함해 호남지역 28석 가운데 23석을 석권했다. 수도권 2석을 합해 지역구에서만 25명의 당선자를 냈다. 더 주목할 점은 정당득표율이다. 비례대표에서 더민주와 같은 13석을 얻었지만 정당득표율은 26.7%로 더민주(25.5%)를 앞섰다. '호남 자민련'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제3당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천 대표는 '호남 고립론'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호남 주도 정권교체론이 자칫 호남이 패권을 누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데 대한 경계다.

천 대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 기득권을 쌓겠다든가 호남이 패권주의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호남에서 개혁정치를 키우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서 다른 지역의 개혁정치세력과 광범위하게 연합해 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가 야권의 오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소야대의 선거결과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오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회와 정당을 식민지화하는 일이 빚어진 데 대한 국민적 저항이 오늘의 결과"라며 "심지어 서울 강남이나 경기 분당, 부산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 분리돼 더민주로 가지 못한 표가 상당히 국민의당에 왔을 수 있고 앞으로 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먼저 축하한다. 녹색쓰나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의당이 선전했다. 왜 국민들이 녹색쓰나미를 선택했다고 보나.

▷ 국민의당은 기존의 거대 양당 기득권 구도를 극복하고자 만든 당이다. 국민의 삶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당을 만들자고 했다. 창당한 지 얼마 안 돼서 구체적인 성과는 얼마 안 되지만 그런 의지와 충정을 국민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 수도권에서는 큰 바람을 못 냈다. 선거 과정에서 호남당이 어떠냐고 말했는데 내년 대선을 생각할 때 전국정당화가 필요해 보인다.

▷ 앞뒤를 자르고 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당시 말한 것은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싹쓸이한다고 해서 그게 호남당이냐는 뜻이었다. 호남에서 기득권을 만드려는 당이라는 게 아니고 오히려 호남에서 개혁정치, 정확히 말하면 '호남개혁정치 복원'이라는 말을 쓰는데 호남에서 개혁정치를 키우고 그것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서 다른 지역의 개혁정치세력과 광범위하게 연합해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국민의당이야말로 확장성이 있는 정당이라는 게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정당득표율에서 제1야당의 위치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많은 지지가 있다.

연대의 대상은 합리적인 보수세력까지 생각하고 있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상돈 후보나 서울 관악갑에서 당선된 김성식 후보 같은 새누리당 출신 인사가 이미 당에 있다. 앞으로 그런 좋은 세력과 최대한 연대하고 가겠다는 것이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싹쓸이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잘못이냐는 의미지 호남에 한정하겠다든가 호남에 기득권을 쌓겠다든가 호남이 패권주의가 되겠다든가 하는 뜻이 아니다.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호남이 무슨 재주로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무슨 패권주의가 되겠나. 늘 패권주의의 희생물이 됐잖나.

- 이번에 국민의당이 약진한 이유가 새누리당의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 그런 부분이 있다. 자세한 건 투표결과 분석이 나오겠지만 새누리당 의석이 줄었다. 새누리당에서 분리돼 더민주로는 가지 못한 표가 상당히 국민의당에 왔을 수 있다. 앞으로 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의 어떤 점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 잘못한 게 너무 많다. 공천과정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무리한 짓을 다 했다. 최소한의 공정성이라든가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오로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그야말로 국회와 정당을 식민지화하는 일이 빚어진 데 대해 국민적 저항이 엄청났고 그게 오늘의 결과다. 심지어 서울 강남에서도 전현희 의원을 포함한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깜짝 놀랐다. 분당도 그렇고 부산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됐다.

- 합리적 보수와 연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선거가 끝나면서 이제 누리과정 예산 문제나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처리하려 했던 경제활성화법, 노동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나.

▷ 무엇이 합리적이고 무엇이 개혁적이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늘 독점 독식을 타파하면서도 대부분의 국민이 찬성할 수 있는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안철수식으로 얘기하면 공정성장 격차해소다. 그걸 통해서 한국사회에서 민생불안, 사회불공정, 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해주고 궁극적으로 상생과 협력의 시대를 열기 위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그동안 새누리당이 주장한 서비스산업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대개 새누리당이 억지부린 내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은 대개 억지다. 그 법이 특권을 강화하고 경제활력을 죽이면 죽이지 경제를 활성화시키거나 특권세력의 독점 독식을 견제하고 타파하는 내용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서 현재까지의 주류가 해온 주장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전 원내대표라든가 지금은 더민주 의원이 된 진영 의원 같은 분들이 새누리당에 있을 때 주장한 게 합리적이고 개혁적이었다. 그 분들의 입장 정도가 국민의당이 앞으로 서로 연대하고 공유할 대상이 아닌가 한다.

- 문 전 대표가 선거 막판 두차례나 광주를 방문했는데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패권주의의 모습은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그야말로 편협한 패권주의적 태도다. 네편 내편을 가르고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들의 패권과 협력하지 않으면 기회를 주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또 그런 패권주의적 태도 때문에 호남 입장에서는 경제적 낙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나 역량이 없었다. 그 두가지 면에서 호남민심이 문 전 대표나 친노에 대해 굉장히 험악해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광주를 찾아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는데 무엇을 잘못해서 용서를 빌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존의 패권주의적 태도를 반복했다. 오히려 국민의당을 강하게 비난했잖냐. 전혀 반성의 태도가 아니었다. 국민의당이 '그렇게 가면 호남당으로 가고 변방으로 간다'고 겁을 줬다. 패권에 복속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 거다. 민심이 더 나빠졌는지도 모르겠다.

-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고 했는데.

▷ 그때도 얘기했지만 호남의 지지를 못 받는 사람이 무슨 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나. 당연히 안 되는 게 아닌가.

- 호남은 이제 문재인이 아니라 국민의당의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봐도 되겠나.

▷ 그렇게 말씀할 일은 아닌 거 같다.

- 6선 의원이 되면서 천 대표도 대권에 한발짝 다가간 게 아닌가.

▷ 제 개인 생각을 할 겨를은 없다. 선거에서 호남 주도의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의 정당한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다른 지역과 지역평등을 이룰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길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

- 총선 과정에서 통합과 연대론을 주장했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있을 수 있냐.


▷ 통합은 적어도 국민의당을 만든 이후에는 말한 적이 없다. 연대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당내 의견이 갈라져서 달라졌다. 통합이든 연대든 더민주의 패권이 청산되는 게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본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 내려놓든 외부에 의해 청산되든. 불행하게도 그런 패권을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오히려 강화됐다. 외부적으로 청산됐느냐면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에 수도권에서 친노세력이 대거 당선됐다. 좀 걱정이 된다.

- 더민주의 패권주의 청산이 연대의 선결조건이라는 말이냐.

▷ 그렇다. 패권주의가 청산돼야 한다. 꼭 사람이 다 그만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패권주의에 묶여있는 구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패권주의가 있는 한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 호남 입장에서 패권주의에 종속된 형태의 정치는 해선 안 된다. 호남도 그걸 용납하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호남이 패권을 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 법안
  • 팩트체크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