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윤상현" 탕아 품는 인천 내 충청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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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내 윤상현 후보 유세차량이 비어있는 채로 영상물만을 상영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도 유세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바닥 민심을 훑었다./사진=우경희 기자

"사고 좀 치면 어때요. 우리 동네 좋아지게 해주면 그만이지."

인천남중 앞 식당에서 일하는 오명숙씨(42세·여)는 20대 총선에 누굴 찍겠느냐는 질문에 "비밀투표 아니냐"며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윤상현 후보(무소속·인천남구을)의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가 사는 용현동 재개발도 다 윤상현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사장 남옥이씨(52세·여)도 윤 후보를 지지했다. "제물포역에 급행열차 세운 것도 다 그 사람(윤상현)이 한거라면서요. 나는 모르는데 우리 딸이 급행 덕분에 출근하기 엄청 편해졌다면서 그 양반 찍으라고 그러던데."

11일 아침 윤 후보를 대신해 운동원들을 이끌고 제물포역으로 출근길 인사를 나온 자원봉사자 노홍찬씨(49)는 "아무래도 힘은 나는 상태"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상현 후보가 줄곧 선두를 달렸기 때문이다. 캠프 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흡족한 숫자가 나온 듯 했다.

윤 후보 캠프는 이날부터 총선 전 마지막 이틀을 총력유세기간으로 정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도 여전히 언론은 물론 캠프와의 연락을 끊고 소수인원만 데리고 따로 지역구를 돌았다. 스스로 야권 지지자라고 밝힌 회사원 이상원씨(36)는 "윤상현은 꼭 필요한 만큼만 얼굴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정의당-더민주 단일후보인 김성진 후보와 무소속 윤상현 후보 운동원들이 유권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시간 멈춘 남구, 인천 안의 충청도=인천항이 지척인 남구는 오래된 주거지역이다. 초기 이주민들이 자리를 잡은 인천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제는 중심 축이 남동구와 청라, 송도 등으로 옮겨갔다. 이날 찾은 남구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오래된 건물들과 복잡한 도로, 낡은 상가가 얽히며 전형적 구도심의 모습을 보였다.

이런 남구의 골목골목에서는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짙게 느껴졌다. 용현시장에서 청과물상을 운영하는 강모씨(62세)는 "이번에 테러를 당한 안귀옥(국민의당) 변호사가 참 의연하니 내공도 있어 보이고 사람이 의지있게 느껴지더라"며 "그래도 새누리당 찍어야지. 그동안 해놓은게 있는데"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윤 후보는 남구에서 재선을 했다. 8년간 곳곳에서 윤상현을 봤다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윤 캠프의 노홍찬씨는 "매달 10일, 혹은 15일이 노인정 월례회인데, 윤 후보는 매달 월례회 날이면 거의 모든 노인정을 돌면서 인사했다"며 "본인이 못 가면 시의원 구의원에게 부탁해서라도 챙길 정도"라고 말했다.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인천의 독특한 지역색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있다. 부평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 씨(35세)는 "인천은 원래 충청도 사람이 30%정도 되고, 대부분이 구도심인 남구에 모여산다"며 "대통령에 대한 충청권의 지지가 친박(친박근혜) 윤상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윤 후보의 고향은 충남 청양이다.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 캠프 한 관계자도 "충청권 표심과 남구지역 표심이 묘하게 연동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사표(死票)를 싫어하고, 되는 사람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충청민심 특유의 스타일이 윤상현에 대한 지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 놓고 줄다리기, 혼돈의 야권=윤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서는 가운데 야권의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정의당 김성진 후보와 더민주 홍영표 후보는 일찌감치 김 후보 쪽으로 단일화를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안귀옥 후보와는 결국 단일화가 결렬됐다. 외려 단일화 방식을 놓고 갈등만 증폭됐다.

얼마 전 괴한의 테러를 당한 안 후보는 이날 목 보호대와 팔보호대를 차고 유세에 나섰다. 그는 "다리와 목소리를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 어르신들이 제3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많이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가 보호대를 하고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사진=안귀옥 후보 캠프

안 후보는 그러면서 "단일화의 판을 깬 정의당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일화 논의를 하려 했더니 "경선을 하면 우리가 지기 때문에 결코 할 수 없으며, 안 후보가 사퇴하라"고 말하는 정의당을 보며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진 후보는 이에 대해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3월 8일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안귀옥 후보가 윤상현 막말 파문이 터지자 은근슬쩍 후보자 등록을 했다"며 "그러더니 더민주-정의당 간 단일화에 야권단일화 후보 명칭을 쓰지 말라며 가처분신청을 내 선거운동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윤상현의 싱거운 싸움, 아쉽다?=반면 여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는 상태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김정심 후보 측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윤 후보는 자진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구종회 수행단장은 "윤상현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비판했다.

선거 막판에 접어들며 윤상현 측도 움직인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유세기간 중 캠프 출범식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유세차에 올랐다. 윤 후보는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지역도 모르는 후보들에게 지역구를 맡겨서야 되겠느냐"며 경쟁 후보들을 한 묶음으로 비판했다.

윤 후보 측이 선거 막판까지 50% 안팎의 지지율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 내 주류인 친박계가 강한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윤상현의 생환을 돕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윤 후보의 싱거운 싸움이 본인에게는 아쉬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만약 그가 비박계 거물이나 야권 유력후보와 맞붙어 보란듯 꺾고 20대 국회에 컴백한다면, 이후엔 아무도 윤상현을 제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국회로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최선이라고 누군가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가 출근길 선거운동 현장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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