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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소연

"굳이 하러 간다면 대통령 봐서 1번 찍어주겠죠."

"친박한테 쫓겨난 사람들 찍어줘야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내쫓으면 정치 아니거든."

6일 4·13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도 대구 동구갑 지역의 시민들은 대체로 선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의 '진박(진실한 친박)' 정종섭 후보와 그에게 밀려 공천배제(컷오프)된 뒤 탈당한 현역 초선 류성걸 무소속 의원의 대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전'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대구 동구을 유승민 의원의 '배신의 정치' 파동으로 대구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초박빙세를 보이는 이곳 민심은 '팽팽'하기보다 '밍숭맹숭'한 모습이다.

류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이후 '친(親)유승민계'로 불리며 조해진(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권은희(대구 북구갑) 의원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결성해 부당공천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초선 의원으로 4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이번 공천 파동의 '희생양'으로서 표심을 불러일으키기엔 옆동네 3선 유승민 의원에 비해 존재감과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류 의원의 경북고 동기로 박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정 후보에 대한 민심도 썩 호의적이지 않다. 주민들은 소위 '낙하산' 정 후보가 이 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인식하고 문제로 지적한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에 대한 누적된 실망감까지 겹쳐 시선이 곱지 않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그래도 1번"과 "그래도 현역"으로 양분됐다. 60대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젊은 층에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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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정종섭 대구 동구갑 후보가 대구공고사거리에서 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유세차랑 뒷 모습. /사진=박소연 기자

아양역 앞에서 만난 김모씨(40대)는 "박빙인데 정종섭씨가 될 것 같아요. 박근혜씨가 한번 다른 목적으로라도 여 와서 한바퀴 돌면 달라질 걸요? 그렇게 안 하면 (류성걸이) 될 수도 있는데"라며 "김부겸씨는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류성걸씨는 크게 뭐. 정종섭씨도 마찬가지지만 비등비등하잖아요. 인물 자체가 확실하면 유승민씨처럼 그렇게 됐겠죠. 누굴 뽑을지 좀 더 돼봐야죠"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정 후보에 대한 지질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동구갑에 거주하는 대구 토박이 김모씨(60대)는 "정종섭씨가 안 되겠습니까. 저는 박근혜 팬이라서"라며 "20년쯤 전에 박근혜씨 달서구 국회의원 나왔을 때 제가 조합장 할 때 모임에 가서 악수도 함 하고 밥도 한그릇 먹고 했어요. 야당은 대통령이 나라 팔아먹었더라도 찍는다는 사람이 40% 된다지만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니까. 나라를 팔아먹어도 이유가 있으니 팔아먹었을 거 아닙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우리 또래는 싫으니 좋니 해도 당이 그러면 대통령 맘 따라 무소속으로 안 나와야지 무소속으로 나온 것 자체가 대통령을 배신한 것 아닌가 한다"며 "야당 해봤자 누굴 찍어. 야당에 인물이 없잖아요. 김부겸이 같은 사람이 대구에 몇 명 왔으면 찍겠지만"이라고 밝혔다.

대구 동구 평화시장 앞에서 만난 유모씨(60)는 "우리 세대는 그래도 대통령 고향이니까 1번 하는데 이번에 파동이 심해가지고 전 투표 안 할 겁니다. 해줘봤자 뭐합니까"라며 "주변에 보니까 대통령이 봐서 1번 안 해야겠나 그런 평이 많아요. 그런데 유승민씨 같은 경우는 똑바로 하는 게 있는데 류성걸 의원은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 그래도 이번에 1번이 되면 대통령이 힘 받고 안 낫겠습니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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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유승민, 권은희, 류성걸 무소속 의원이 합동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반대로 젊은층은 '무소속' 류 의원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평화시장에서 만난 이모씨(60)는 "저는 류성걸입니다. 연세 든 사람들은 그래도 1번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은 친박에서 팽당한 사람들을 대체적으로 선호하고 있어요"라며 "저 나름대로 볼 때는 류성걸이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구공고사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정모씨(58)는 "류성걸 뽑아야지. 원래 있었던 사람이 잘 알잖아"라며 "정종섭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와가지고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KTX 지하화한단다"라고 혀를 차고 "지금은 60대 넘으면 몰라도 50대 후반까지는 무소속 뽑아준다. 다 새누리는 아니다. 딸래미 아들래미들은 새누리당 안 찍을라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박모씨(60)는 "대구 사람들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을 계속 찍어주면 답이 없어. 그러니까 다른 당을 찍어줘야 돼. 밥그릇 싸움만 하고 공천만 받으면 여기 당선되는 줄 알고 있다 이말이야 새누리당이. 뭔가를 바꿔야지 정신차린다 이거야. 몇 년 동안 발전이 없으면 바꿔야지. 대구 흐름이 지금 그렇게 가"라고 전했다.

이날 양 후보는 촌각을 다투며 막판 민심잡기에 나섰다. 류 의원은 오후 3시 반 평화시장에서 유승민 의원과 박찬종 전 의원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집중유세를 한 뒤 북구갑의 칠성시장에서 권은희 의원까지 가세해 합동유세를 벌였다.

류 의원은 "여러분, 대구는 지금 자존심이 무너져가고 있다. 대구에는 그냥 작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얘기가 있어왔다. 원칙도 기준도 없고 자의적으로 하고싶은 대로 한 것이 대구의 공천 결과"라며 "잘못된 것 있다면 반드시 고치는 것이 대구의 정신이다. 무너져내리는 대구의 자존심, 4월13일 모든 분이 투표장으로 가서 대구의 자존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도 이날 한 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유권자들을 만났다. 정 후보는 거리인사 후 동대구 역전시장에서 "공천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매끈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앞으로 잘하는 일꾼으로 대구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대구역세권 확장 프로젝트와 신암뉴타운 건설 조기시행, KTX 지하화 등 주요 공약을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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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갑에 출마한 류성걸 무소속 의원이 6일 대구 아양교 앞에서 퇴근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대구를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동구를 나의 사랑은 특급 사랑이야.(기호7번 류성걸)"

오후 6시 무렵부터 비가 거세게 쏟아지는 가운데 양 후보는 각각 공고네거리와 아양교에서 4.2km 거리를 두고 퇴근인사를 했다. 전혀 다른 노랫가사 중 무엇이 심드렁한 대구 동구시민의 마음을 붙들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