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닥치고 비례2번' 납득 어려운 세가지 이유

[the300][김성휘의 PQ]결심배경 설명 않고 '명예'만 강조, 비례 후보들 빛바래

편집자주  |  정치를 읽는 데엔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 말고도 PQ(Political Quotient)가 필요할 겁니다. P와 Q는 컴퓨터 알파벳 자판 양끝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요. 좌우 양끝 사이 어디쯤에 있을 최적의 '정치 지수(PQ)'를 찾아봅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자택을 나서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2016.3.22/뉴스1

노욕일까 충정일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의 비례대표 논란 얘기다.

더민주는 20일 김 대표를 비례 2번에 배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내놨다. 여성이 홀수이니 남성으로는 사실상 1번이다. 곧장 김 대표의 '셀프공천' 논란이 시작됐고 그가 당무거부와 자택칩거로 항의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김 대표가 22일 비례대표 순번을 비대위에 일임했다지만 그가 비례2번이 돼야 한다는 건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김 대표는 비례대표직을 수락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비례대표 발표 후 직접 말한 입장은 "뭐가 문제냐" 정도다. 하지만 취임 당시부터 국회의원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 가봐야 안다며 여지를 둔 것은 맞지만 "나이가 몇인데" 사사로운 욕심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비례대표를 약속 받았다는 논란도 일축했다.

그러다 자신이 포함된 비례대표 명단을 추인했다면 뭐든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어느 분야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 않는 각종 특혜와 불공정성이 사회적으로 철퇴를 맞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란 신조어가 그런 맥락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그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면 '전국구'라는 명칭을 쓸 때를 포함, 비례대표로만 5선 의원이 된다. 금배지를 다는 데만큼은 금수저라는 수식어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충분한 설명도 없이 '2번'을 고집하는 것은 기득권에 대한 집착으로 보일 수 있다. 2번은 당선확실을 넘어 당선 기정사실 순위권이다. 더민주가 시쳇말로 '망하지' 않는 한 국회의원이 된다. 14번이면 지지율에 따라 당선을 장담하지 못할 수 있다.

김 대표는 "2번을 하든 10번을 하든 15번을 하든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말했지만 자가당착이다. 그의 말대로 차이가 없다면 10번을 하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했던 14번을 하든 뭐가 다를까. 이 또한 국민이 납득할 근거를 제시할 일이다. 개인의 명예를 들먹이며 "욕보이지 말라"고 말하는 건 그다지 명예로운 대처가 아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자택에서 김대표와 회동을 마친 후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16.3.22/뉴스1

셋째 무엇보다 셀프공천 논란 때문에 다른 비례대표 후보들이 뉴스에서 사라지거나 웃음거리가 됐다. 비례대표 당선권의 면면은 그 당의 정책지향과 선거전략을 집약한 고도의 정치적 선택이다. 당대표 권한까지 가진 비대위원장이라면 그들이 돋보일 수 있게 가능한 많은 방법을 찾는 게 순리다.

이를테면 대표몫 추천이라는 최운열 서강대 명예교수,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학과 교수, 김성수 당대변인은 각 분야의 쟁쟁한 인재들이다. 그런데 김 대표 거취 논란에 이들이 주목받을 기회를 잃었다. 새누리당을 떠나 '진영'을 옮긴 진영 의원도 김 대표 논란에 묻히고 말았다.

김 대표는 22일 당 비대위 회의를 주재했지만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제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유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는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 원내 진출이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는 주변의 전언만 있을 뿐이다. 그것으로 부족하다. 김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짚고 갈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 공천, 특히 비례대표 배정을 둘러싼 여야 정당 모두의 문제를 드러내는 단면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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