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은 왜 비례 2번을 고집하나

[the300][뷰300]경제민주화 상징 통해 중도 포섭…정면돌파 의지 표명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김 대표는 20일 자신을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인 2번에 배치하며 셀프공천 논란을 낳고 있다. 2016.3.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이른바 '셀프 공천'으로 역풍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비례대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던 김 대표가 대표 권한인 비례 3인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비례 2번(남성 1번)으로 올린 것이 화근이다. 현역 의원에 서슬퍼런 칼날을 휘둘러온 김 대표가 스스로의 이권을 챙기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6년만이라고 하는 진영 의원의 '여→야 이동' 빅이벤트가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 배정' 소식에 묻혀버렸다. 공천 탈락한 정청래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으로 재점화된 동력이 이번 사건으로 '번개탄이 됐다'는 자조도 나온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례대표 2번 배정과 관련 "2번을 하든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12번을 하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솔직하게 하면 하는 거고 안하면 안하는 것이지 나는 그런 식으로 정치 안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사정을 해서 내가 생각하는 바가 있어 (야당의 비대위원장을)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응급치료하는 의사인데 환자가 병 낫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더 이상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20대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을 영입한 만큼 그에 따른 전권을 위임하는게 이치에 맞다는 것이다. 당이 자신에게 승리를 요구했다면 원내에서의 지도력을 동반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도 따라온다.

김 대표의 과거를 보면 권력자의 고민거리를 해소시켜주기 위해 전권을 요구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노태우 정권에서 보건사회부 장관 재임 시절 경제분야 전권을 약속받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5·8 조치'를 단행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강제매각시키는 내용으로 역대 가장 강도높은 재벌 개혁이라 불린다.

18대 대선에선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중도성향 유권자를 끌어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로 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미련없이 야인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서 중도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김대표는 현재의 색깔로는 새누리로 기운 중도 표심을 가져올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남성 1번 비례로 자신을 셀프 공천한 것은 당의 상징적 가치를 '경제민주화'에 맞췄다는 해석이다.

김 대표와 가까이 있는 당 관계자는 김 대표의 셀프공천과 관련 "당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더민주당이 도로 운동권 정당이 되고, 그러면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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