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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뵙고 (직권상정) 건의를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의에서 "국회의장은 사이버테러방지법을 9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야당은 하루만 필리버스터를 하고 11일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가 종료되는 10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3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이 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테러방지법과 달리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상임위에서도 논의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 여당 안은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대표발의한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 등에 관한 법률안'(사이버테러법안)이다. 지난달 국회에 제출된 후 이튿날 여당 단독으로 소집된 정보위에 상정됐다. 야당의 요청에 따라 안건조정위에 회부돼 오는 5월22일까지 숙려기간이기 때문에 의장의 직권상정 외에는 처리할 방법이 없다.

사이버테러법안은 고도화되는 조직적 사이버테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한 국가차원의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사이버테러 방지 및 위기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방법, 절차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법안의 핵심 쟁점은 사이버테러 컨트롤타워로서 국가정보원 소속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국정원장에게 사이버테러 관련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전파 권한이 주어져 야당등에서는 인권침해 등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법안엔 △책임기관의 장이 사이버공격 정보를 탐지·분석해 대응할 수 있는 보안관제센터 구축·운영 △사이버테러 발생시 조사결과를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 △정부가 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 사이버위기경보 발령 △경계 이상 경보 발령시 민관군 참여 사이버위기대책본부 구성 △사이버테러 신고 포상금 지급 △직무상 비밀 누설시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서상기 의원실에 따르면 이 법안은 2013년 발의한 동 법안에서 야당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국정원장 산하 민관 협의체 구성운영안을 삭제하고 국정원이 사이버테러 방지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조항도 뺐다. 사이버테러 결과를 보고하는 대상도 기존 국정원 한 곳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 금융위원장 등으로 확대했다.

여당은 물리적 테러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은 데 반해 사이버테러는 실제 수년 전부터 발생해왔다는 이유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테러방지법과는 목적과 기능이 전혀 다르단 것이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은 민간과 공공부문의 사이버테러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야당은 국정원의 사이버 공간에 대한 통제력이 과도하게 될 위험이 있고 국정원의 활동이 민간의 영역에까지 개입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민간과 공공 간의 정보공유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에 따르면, 민간의 사이버테러는 인터넷진흥원 소관이기 때문에 북한이 민간을 거쳐 사이버공격을 하면 국정원이 전혀 정보를 볼 수가 없다"며 "서로 종합적으로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이 정보수집권을 갖고 사이버테러범을 쫓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여당이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 내친 김에 한 스텝 더 나아가려는 것 같다. (총선으로) 다들 바빠서 법안을 논의할 시간이 없는데 그걸 노리는 것 같다"며 "안건조정위에 회부돼 숙려기간을 갖는 중인데 직권상정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당정청이 협력해 사이버테러방지법이 통과되도록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국정원은 같은 날 "북한의 사이버테러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긴급 국가사이버안전 대책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어 8일 국정원은 대책회의에서 북한이 지난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정부 주요 인사 수십명의 스마트폰을 공격했으며 이 중 20%가 감염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지난 2월 북한의 해킹 조직이 한 보안소프트웨어 제작업체 내부전산망에 침투한 사실과 또 다른 업체의 전자인증서가 북한에 탈취된 사례 등을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