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냉전시대 급회귀…퇴로없는 '치킨게임' 돌입

[the300]개성공단 중단 후 대화채널 끊기고 군사긴장 고조…남북 모두 '마이웨이'

박소연 기자 | 입력 : 2016.02.12 15:40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조업중단 초강경 카드를 꺼내자 북한이 이에 대응해 남측인원 추방, 남측 자산 동결, 개성공단 폐쇄, 군사통제구역 선포 등으로 맞선 11일 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방면 도로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밤 개성공단 우리측 인원 280명 전원은 복귀했다. /사진=뉴스1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1일 공단을 폐쇄하고 남북간 군 통신선과 판문점 직통전화를 폐쇄하며 남북관계가 올스톱됐다. 남북간 교류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12년 만에 불이 꺼지며 남북관계는 냉전시기로 회귀했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강대강' 대치국면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는 2013년 개성공단 사태와는 다르다. 당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연합 훈련 등에 '최고존엄 훼손'이라고 반발하며 개성공단 폐쇄를 위협했지만 우리측 자산 동결이나 군사지역 선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엔 3월27일 북한이 군 통신선을 차단한 후 일주일 뒤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했다. 그로부터 또 다시 5일 뒤에야 북측은 공단 중단 및 근로자 철수를 발표했고 실제 철수는 하루 뒤 이뤄졌다.


이번엔 남측이 먼저 공단의 전면 중단을 일방 통보했고 이에 북한이 24시간 만에 남측의 피해를 최대화하기 위해 자산동결을 통보하고 '추방'했다. 개인물품 외에 모든 장비와 설비, 완제품의 이동도 불허했다. 남측 중단 발표에서 우리측 개성공단 내 인원 280명 귀환까지 30시간 내 상황이 종료됐다. 


2013년 북한의 개성공단 중단이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이번엔 남북간 대화의 싹을 제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측도 단전·단수를 시행하며 사실상 공단은 '폐쇄'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당시에도 판문점 채널은 유지돼 고위급 접촉을 통해 8·25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공식 채널의 대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12일 오전 경기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군 장병들이 출입차량들을 검문검색 하고 있다.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개성공단 조업 전면중단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문제는 현재 남북 모두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어 대치국면을 돌파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단 점이다. 치킨게임을 벌이며 양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상응하는 대가', '혹독한 대가'를 강조하며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 협력을 병행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은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기조가 유지될 예정이다.


북한 역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으로 내건 핵·미사일 개발 중단 등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적 조치"라며 "혹독하고 뼈 아프며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측에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고 군사적 긴장을 예고했다.


실제로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한 반발감이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11일 북한군이 폐쇄 조치된 개성공단 지역에 이미 철수했던 부대를 재배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대비태세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지역은 유사시 가장 빠르게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공단이 영구폐쇄 수순을 밟게 될 경우 북한군 재배치는 필연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황이기에 북측이 기습적 국지도발이나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폐쇄된 후 모든 게 단절됐다. 대화의 틀도, 연락수단도 없기 때문에 군사적 강 대 강 대치만이 남은 상황"이라며 "남북관계는 80년대 냉전시기로 회귀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연락수단이 끊겼기 때문에 회담을 제안하려면 비무장지대에 가서 마이크를 써서 제안을 해야 할 판"이라며 "현재로서는 북미관계나 북중관계의 변수로 미국이나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전 남북대화를 요구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안에서 국면전환을 할 방법이 없어보인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긴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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