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단" 개성공단 카드 소진, 최선이었나 성급했나

[the300]통일부 "개성공단 폐쇄는 마지막 수단" 이후 급선회…타이밍·실효성 논란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혹독한 대가'의 일환으로 지난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전격 단행한 데 대해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초강력 독자제재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효성이 낮고 남북관계나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우려도 많다.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결정은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이후 이뤄졌다. 이는 그간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 '최후의 수단'이라며 부인해온 정부의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비춰졌다. 

     

통일부는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있은 후 체류인원을 800명에서 650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개성공단 폐쇄는 정책적인 마지막 수단을 쓰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철수 혹은 폐쇄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고 이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7일 당일에도 통일부는 '개성공단 체류인원 추가 축소'라는 소극적인 입장만을 밝힌 바 있다. '상응하는 대가', '혹독한 대가'를 언급해온 박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단 얘기다.

     

문제는 타이밍과 실효성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한 사태가 엄중하지만 통일부가 '정책적으로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힌 개성공단 카드를 선택한 것이 적절했나, 그리고 이것이 실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와 나아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11일 오후 개성공단 입주기업 차량이 개성공단에서 싣고온 물건들을 싣고 통일대교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일각에선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중단 카드가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략적 영향력을 성급하게 소진해버린 '악수'였다고 비판한다. 북측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되는 연간 1억달러를 막는 것으론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끊어내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 우리 기업의 손해는 막대할 것이란 지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건 자충수이면서도 악수"라며 "개성공단 폐쇄한다고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백 번, 천 번 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오히려 핵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도 대북제재 압박에 동참하기보다 오히려 북한을 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개성공단을 닫으면 우린 수십억불 손해를 보는데 북측은 1억불이 없다고 핵을 안 만들겠냐. 현재 북한은 무기생산을 국산화해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남북관계 철학 부재와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 NSC의 전략 빈곤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과 핵문제를 연결시킨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개성공단은 통일 비전과 전망을 열어주고 북한 당국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정책인데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카드를 맞지 않는 사안과 연관시켜 전략적인 레버리지(영향력)를 소진시키고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버린 대단히 큰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유엔 결의안이 나오고 국제적으로 양자 제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주변국에 대한 카드로 쓸 수 있었는데 스스로 버렸다"며 "공단을 중단하더라도 북측에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 처리했어야 하는데 신뢰 프로세스를 말하는 정부가 스스로 2013년 남북합의를 깨뜨려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반면 개성공단 중단 조치는 북한의 핵도발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적절한 대응이며, 우리 정부의 '마지막 카드'가 아닌 대북압박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미국, 중국보고 대북제재 해달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우리가 먼저 하는 게 맞는 건지 따져볼 문제"라며 "중국이 현재 금융이 부실한 상태에서 가장 아파하는 것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한 제재)인데, 우리가 먼저 독자제재를 한 후 미국과 일본, EU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하도록 만들어야만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북한의 40배 가까이 되니 북한에 실질적으로 들어간 돈이 매년 40억달러 정도로 봐야 한다. 북한 근로자 5만4000명, 가족 포함 20만명이 고통받고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갖게 하는 효과가 크다"며 "남북합의를 깼다는데 누가 먼저 깼나. 북한은 지금까지 합의를 수천번 깼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개성공단은 결코 마지막 카드가 아니며 김정은의 통치자금 관련 금융제재, 북한인권법 등 많은 수단이 있다"며 "북한을 최악의 상태로 만들어야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가 우리측 기업의 금전적 손해와 8·14 남북합의 파기, 남북관계 경색 등 비판을 감수하며 고강도 제재를 강행한 만큼 개성공단 중단 카드의 실효성은 향후 정부의 후속 대응책과 맞물려 비로소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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